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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태 작가ㅡ 일본전 ‘공의 향기’ 신주쿠 파크타워 갤러리에서 대규모 전시로 초대. 연재1.
아프리카 전문 사진가 김병태 작가가 일본의 신주쿠 파크타워 갤러리의 초대로 지난 10월31일부터 오는 11월7일까지 대규모 전시회를 열고 있다.
김병태 작가는 주한 케냐대사관의 주최로 서울의 예술의 전당과 대구문화회관에서 대규모 전시회를 개최한바 있다. 작가는 그동안 아프리카 초원의 일상을 담담한 시각으로 촬영해 왔는데 이번 일본전에선 작품 제목을 ‘공의 향기’로 했듯이 아프리카의 광활함을 작가의 가슴속에 내재한 내면의 세계로 끌어들여 뭉클하게 표현하여 일본 등 세계인의 가슴에 잔잔한 울림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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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빈 것들의 신호, 무(無)의 몸부림
최재목(시인, 영남대 철학과 교수)
사진작가 김병태의 사진 속에는 단순하면서도 수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한 장 한 장이 모두 그의 내면 풍경이자 시(詩)이며, 철학이다. 그의 시선에 잡힌 아프리카는 섬뜩하면서 따뜻하고, 아득하면서 정밀하다. 아프리카를 훤히 다 드러내 보여주는 것 같으나 실제로는 모두 감추어 버린다. 양 극단을 다 붙들어내면서 그 양 끝을 다시 밀어내는 듯하다. 썼다가 지우고 지웠다가 써대는 말 못할 그리움 같은 것. 다가올 듯 떠나가는 그 밀고 당기는 긴장감. 그것은 무엇인가. 생성과 소멸, 처음과 마지막, 삶과 죽음, 어둠과 밝음, 아름다움과 추함, 감춤과 드러냄 같은 김병태가 사진으로 담아내려는 존재의 진실이 아닐까. 허무하면서 아름다운 존재의 몸부림! 아니, 아래와 같은, 있는 그대로의 이야기이리라.
“태초에 말씀이 있었다. 무언이고, 침묵이었다.
있는 그대로였다.
고요와 청정이었고, 원래 텅 빈 것이다.
거기서 무언가가 있었다. 몸이다.
몸은 몸짓을 가지고, 그 무늬와 갈래 속에 우리가 있고, 만물이 있었다.
텅빈 곳은 만물의 몸을 통해 자신을 알린다. 그 손짓, 몸짓, 발짓이 대자연이다.
무(無)가 써는 글, 무에서 나오는 끝없는 몸부림이 시간과 공간이다. 그 얼굴은 해와 달, 닿을 수 없는 거리에 사는 별들일 뿐!
지평은 말이 없다. 차별이 없고, 평등하다.
애당초 지상에는 동서남북도 없었다. 하여, 떠남도 돌아옴도, 일어섬도 앉음도 누움도, 잠듦도 깸도 없었다. 태초는 지금이기도 하고, 내일이기도 하고, 어제이기도 하였다.
지평의 언어는 선(線)이다. 선 위에서 움직이는 것들은 모두 언어이다. 사랑이고, 꽃이고, 향기이다. 달리기도 하고 멈추기도 하고, 떠오르기도 하고 가라앉기도 하며, 살기도 하고 죽기도 한다. 붉기도 하고 푸르기도 하고, 밝기도 하고 어둡기도 하다.
그러나 그것은 모두 끝내는 없는 것들, 사라지는 것들이다.
응시하라! 그동안만 거기 있다. 그 순간의 그 눈동자에 잠시 머무른다.
대지는 꽃을 붙들고, 꽃은 하늘을 움켜쥐고, 하늘은 구름을 깨문다. 그 이빨이 그 손톱이 지상의 사자이고, 표범이고, 가젤이고 나무며, 이슬이다.
꽃은 구름에서 왔다 숲으로 가고, 숲은 꽃에서 왔다가 구름으로 간다.
얼마나 아름답고 얼마나 슬픈가. 얼마나 공포스럽고 얼마나 기쁜가.
공(空)은 알 수 없는 향기.
태초에 말씀이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그냥 후두둑 뿌리고 지나가는 빗줄기일 뿐.
한 방울의 투명한 박자일 뿐! 거기서 무언가가 있었다.
만물들의 몸짓이다. 향기이다.”
김병태의 사진에는 여럿이면서 하나이고, 하나이면서 여럿인 아프리카를 담았다. 그러나 드러난 것들은 결코 모든 것을 다 말해주지는 않는다. 그 너머로 나의 온 몸을 던져 다가서야 겨우 볼 수 있고, 들을 수 있다.
그만큼 사진들은 힘겹고도 눈물겹다. 아프고도 아름답다.
살아있다는 것은 얼마나 위대한 물집인가. 상처인가. 김병태의 사진은 그런 흔적들을 가만히 일러주고 있다.
* 김병태 작가의 지난 사진전에 대한 자료들은 아래주소 검색하시면 된다.
http://www.koreaarttv.com/detail.php?number=27786&thread=24r02
http://www.koreaarttv.com/detail.php?number=27786&thread=24r02
http://www.koreaarttv.com/detail.php?number=24885&thread=24r02
http://www.koreaarttv.com/detail.php?number=24581&thread=24r02
http://www.koreaarttv.com/detail.php?number=27472&thread=24r02
http://www.koreaarttv.com/detail.php?number=25010&thread=11r08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