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다이어리>
겨울 바닷가 사진여행
울산․경주 해안경관에 취하다
울산은 산업단지가 있는 공업도시로 알려져 있다. 또, 경주는 불국사, 석굴암 등 신라시대 천년고도의 유적들로 유명하다. 그런데 사진가들에게 이들 도시는 전혀 새로운 시각에서 자주 찾는 곳이기도 하다.
울산에 있는 공장들은 쉴 날이 없다. 밤새도록 높디높은 굴뚝으로 연기와 불기둥을 품어낸다. 한 밤중 공장 건물 마다 환하게 켜져있는 불빛들과 붉게 타오르는 굴뚝 광경을 보면 산업단지라기 보다는 마치 어느 주택가에 대형화재가 나서 번져가는 것 같은 모습이다. 그 전경이 정말 장관이다. 사진가들은 이를 카메라에 담기 위해 잠을 자지않고 울산으로 모여든다.
또, 울산 강양항 및 진하해수욕장은 일출 장면과 멸치잡이 배들의 출어 광경이 아름답기 그지없다. 겨울 해가 뜨기 전 멸치를 잡기 위해 배를 띄운 후 해가 뜰 무렵 물안개 자욱한 겨울바다에 잡은 멸치를 가득 싣고 돌아오는 광경은 한 폭의 동양화다. 갈매기들이 수십,수백마리 떼지어 배를 따라오는 모습은 덤이다. 어부들은 귀항하자마자 강양항 부두에 설치되어 있는 대형 가마솥에 멸치들을 삶아서 말린다. 이 과정 역시 사진가들에게는 놓칠 수 없는 장면이다. 진하해수욕장 앞에는 명선도라고 하는 조그만 섬이 있는데 역시 일출 촬영을 하는 데 빼놓을 수 없는 소재 중 하나이다.
촬영포인트는 진하해수욕장, 명선교 다리 위 등 여러곳이 있지만 강양항 좌측편 바위들이 보이는 해변이 가장 좋다. 특히 겨울이 되면 사진가들은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잠을 자지않고 깜깜한 새벽부터 이곳에 진을 친다. 한 장의 멋진 사진작품을 얻기 위해 추운 바닷가에서 몇시간씩 기다리는 사진가들의 노력과 집념은 감탄과 존경심을 넘어 처절하기까지 하다. 요즘은 멸치가 별로 잡히지않아 출어배가 적어지고 특히 파도가 심한 날에는 배를 띄울 수가 없어 허탕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필자가 찾아간 날에도 출어배는 불과 한두척에 불과했고 파도 때문에 멸치를 거의 잡지못해 멸치 삶는 장면을 볼 수 없어 무척 아쉬웠다.
진하 해수욕장은 울산 제일의 해수욕장이다. 동해의 검푸른 파도를 피해 북향으로 살짝 비켜 앉은 지형덕에 큰 파도도 엉거주춤 긴장을 풀고 쉬어가는 곳이다. 1㎞에 달하는 모래밭이 40m가 넘는 너비로 펼쳐져 있어 여름 피서철 하루 수용가능인원이 5만 명이 넘는다.
사진제공 울산광역시
진하해수욕장 인근에는 해돋이로 유명한 간절곶도 위치해 있다.
정동진, 호미곶과 함께 동해안 최고의 일출 여행지로 꼽히는 간절곶은 동해안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뜨는 곳으로, 정동진보다는 5분 먼저, 호미곶보다는 1분 먼저 일출의 장관이 연출된다. 고기잡이 나간 어부들이 먼 바다에서 이곳을 바라보면 긴 간짓대처럼 보인다 해서 간절곶이란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마음속으로 절실히 바란다’는 뜻의 간절과 발음이 같으니 무엇인가를 향한 간절한 마음을 담은 곳으로 받아들여도 좋겠다. 군더더기 없이 시원하게 열린 바다와 해안의 바위에 부서지는 파도가 장관이다.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드넓은 바다가 어떤 마음이든 받아줄 것만 같다. 바다로 나간 배들의 무사함을 바라며 언덕 꼭대기에 서 있는 하얀 등대와 그보다 더욱 인상적인 커다란 우체통이 바다를 향해 서 있는데 소망 우체통이란 이름이 써 있는 5m 높이의 우체통 안으로 들어가면 엽서를 쓸 수 있도록 준비되어 있다.
고기잡이 나간 가장을 기다리는 모자상이 애절한 눈빛으로 서 있고 언덕 끝에 조성된 작은 쉼터에는 멋진 벤치가 놓여 있어 분위기 있게 일출을 감상하며 아름다운 바다 풍광을 즐길 수 있다. 입구에서 언덕길을 따라 다양한 차와 음료를 파는 포장마차 형식의 로드카페들이 서 있어 이국적인 분위기를 물씬 풍기며 반대편으로는 횟집들이 모여 있어 싱싱한 해산물을 맛볼 수 있다. 1920년 3월 26일 처음으로 불을 밝힌 간절곶등대는 간절곶이 해맞이 명소로 각광을 받으면서 등대 홍보관을 마련해 탁 트인 바다를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를 만들고 등대에 사용되는 장비, 등대의 역할을 설명해주는 자료와 아름다운 등대 사진을 전시해 놓았다. 간절곶에서 남쪽으로 이어지는 해안도로는 멋진 드라이브 코스가 된다.
아침 일출을 촬영 후 경주시 양남면 해안가에 위치한 ‘주상절리(柱狀節理)를 찾아갔다. 제주도 주상절리 등 대부분의 주상절리들이 수직 또는 경사된 방향으로 발달한 것과는 달리 이곳에는 수평방향의 주상절리가 발달되어 있으며, 일부에서는 부채꼴 모양도 있어 용암의 냉각과정을 연구하고 이해하는 데 뛰어난 가치를 지니고 있다. 셋방향의 주상절리가 서로 만나면서 같은 곳에 발달한 것 또한 드문 기록이라 한다.
주상절리의 방향은 냉각이 진행되는 방향과 일치한다. 마그마에서 분출한 1000도 이상의 뜨거운 용암이 지표로 분출하여 빠르게 냉각될 때 일반적으로 아래로는 지표면, 위로는 공기와 접촉하여 냉각된다. 따라서 대체로 수직방향으로 절리가 발달하게 되며, 수직 기둥 모양의 주상절리가 만들어진다. 하지만 신생대 말기에 이곳에 분출한 현무암질 용암에서 발달하는 주상절리는 흔히 관찰되는 수직방향보다는 수평으로 누워있는 수많은 주상절리들이 마치 부챗살과 같이 사방으로 펼쳐져 있다. 그 모습이 마치 한 송이 해국이 바다 위에 곱게 핀 것처럼 보여 ‘동해의 꽃’이라고도 부른다. 이곳의 부채꼴형 주상절리는 국내에서 최초로 발견된 독특한 형태일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매우 드문 사례라고 한다. 심미적인 가치와 더불어 그 생성기원에 있어서도 학술적인 가치가 높은 곳이다.
이곳 주상절리군은 오랫동안 군부대의 해안 작전지역으로 공개되지못하다가 지난 2009년 군부대가 철수하고 산책로가 조성되면서 일반인들에게 알려졌다. 경주시에서는 양남면 읍천항과 하서항을 잇는 1.7km의 해안길을 ‘주상절리 파도소리길’이라 이름붙여 멋진 산책로로 개발했다. 읍천항에서 남쪽으로 내려가게 되면 왼쪽에 바다를 끼고 출렁다리, 부채꽃 주상절리, 위로 솟은 주상절리, 누워있는 주상절리, 기울어진 주상절리 등을 차례로 만날 수 있다. 원래 이 길은 부산에서 고성까지 동해안을 따라 걷는 해파랑길의 일부였지만 주상절리가 펼쳐놓은 장관이 아름다워 이 길 만을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읍천항에는 벽화마을도 유명하다. 읍천마을은 푸른 바다와 아름다운 주상절리 전경이 펼쳐져 있는 동해의 작은 항구마을이다. 경주시와 월성 원자력본부가 2010년부터 약 50점 씩 매년 벽화를 공모하여 현재 1.7km 대부분에 걸쳐 벽화마을이 조성되어 있다.
작품수는 이미 250여 점이 넘는다고 한다. 공모전 형태로 진행되기 때문에 벽화가 다양하고 수백명이 참가해 여러날 동안 벽화그리기 축제처럼 진행돼 왔다고 한다. 바닷가 마을이다 보니 해안풍경 및 어부들, 바닷고기와 어선 등이 벽화의 주를 이루고 있다. ‘읍천해변 테마거리 조성사업’은 주상절리, 읍천항, 나산들공원, 월성원전 홍보관을 묶어 관광단지로 만드는 게 최종목표라고 한다.
읍천항에서 조금 올라가면 바닷물 속에 문무대왕릉이 있다. 이 대왕암은 삼국통일 위업을 완성한 신라 제 30대 문무대왕의 바다무덤이다. 대왕암은 봉길해변 바닷가에서 200m 떨어진 길이 약 20m의 바위섬으로 되어 있으며 그 가운데에 조그만 수중 못이 있고 그 안에 길이 3.6m, 너비 2.9m, 두께 0.9m 크기의 화강암이 놓여 있다. “내가 죽으면 화장하여 동해에 장례하라. 그러면 동해의 호국룡이 되어 신라를 보호하리라”라는 대왕의 유언에 따라 불교식 장례법으로 화장하여 유골을 이곳에 모셨다고 전한다.
대왕암은 가까이 이견대, 감은사와 깊은 관계가 있으며, 문무대왕의 거룩한 호국정신이 깃들인 곳이다. 이런 형태의 능은 그 유례를 찾을 수 없다. 여기를 문무대왕의 유골을 뿌린 곳이라고 보는 이도 있다.
이곳 문무대왕릉을 시작으로 감은사지, 이견대에 이르는 총 3.8km 구간을 ‘삼국통일 구간’이라 이름붙여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다. 이 구간은 해파랑길 제11코스 중 일부이다. 대종설화가 흐르는 대종천을 만날 수 있으며, 이곳에서부터 경주시 감포읍에서 조성한 ‘자연과 사람이 하나되는 감포깍지길’이 시작된다.
감은사지는 신라 제31대 신문왕이 아버지 문무왕의 업적과 은혜를 기리고자 지은 감은사가 있던 절터다. 그 터 위에 국보 제112호 감은사지 삼층석탑이 세워져 있다. 한국의 석탑 중 최대규모를 자랑하는 쌍탑으로, 건축양식과 예술성이 통일신라 초기의 양식을 잘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석양이 지는 황혼무렵이 절경이다. 이견대는 역시 신문왕이 세운 것으로 대본리의 푸른 바다와 문무왕릉인 대왕암이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누각이다.
해안길을 돌다보니 벌써 저녁 때가 다 되었다. 이곳까지 온 김에 경주 안압지 야경을 지나칠 수 없다. 다시 보고싶어 안압지로 향했다. 안압지는 역시 밤에 야경으로 보아야 절경이다.
안압지(雁鴨池)는 경주시 인교동(仁校洞)에 위치한 신라 때의 연못이다. 삼국사기를 읽어보면 궁성 안에 못을 파고 산을 만들어 화초(花草)를 기르고 진금이수(珍禽異獸)를 양육하였다고 쓰여 있는데, 안압지는 바로 그때 판 못이며 임해전(臨海殿)에 딸린 것으로 추정된다. 1974년 이래의 준설공사와 고고학적 조사에 의하여 주목할 만한 유구(遺構)와 유물이 발견되었다. 동서 200m, 남북 180m의 구형(鉤形)으로 조성되었으며, 크고 작은 3개의 섬이 배치되어 있다.
해가 지고 야경불빛이 들어오자 안압지는 동화 속 궁전같은 아름다운 모습으로 변한다. 안압지의 최고 절경은 건물 반영이 연못 물 속으로 선명하게 보이는 때다.
울산,경주에서 일출과 야경까지 보고 서울로 올라오니 마치 딴 세상을 다녀온 듯 정신이 몽롱하다. (글,사진/임윤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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