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느 나라, 어떤 문화권에서던 선물이란 것은 자신의 성의를 나타내는 중요한 수단으로써 사용되어 왔다. 특히 적당한 선물은 사람과 사람 간의 마음 거리를 좁히고, 성의를 확인해주며 서로에 대한 경계하는 마음을 풀어주는 윤활제와 같은 역할을 한다.
특히 성의와 믿음을 강조해 온 중국에서는 이러한 경향이 더욱 강하게 나타난다. 중국은 집단주의 위주로 하는 집단 의식이 강한 국가이다. 비즈니스를 할 때에도 중국인들은 ‘먼저 친구가 되고, 나중에 비즈니스’를 하라고 강조한다. 중국인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 중의 하나도 ‘만만디’, 즉 비즈니스를 천천히 하고 먼저 신뢰 관계를 쌓는 것이다.
중국의 속어에는 礼轻情谊重 이란 말이 있다. 이 말의 의미는, 선물은 가볍지만 선물 안에 담겨 있는 성의는 그 무엇보다도 무겁다는 말인데 ‘어떤 나라의 사람이던 크게 다르지는 않겠지만, 중국인들은 기본적으로 선물을 받을 때 성의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굳이 비싼 선물을 하는 것이 성의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할 필요도 없다. 다만 성의를 나타낼 수 있는 정성껏 선택한 선물이라면 중국인들은 충분히 그 진가와 배후에 숨겨져 있는 정성을 볼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무렇게나 선물을 선택하라는 것도 아니다. ‘배운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다. 중국은 한국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나라이다. 문화적으로 유사한 부분도 있지만 다른 부분도 매우 많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은 수 천년 간 한자라는 매개체를 통해 자체적인 문화를 발전해 왔다. 그렇기에 한자 자체가 중국 문화를 집약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여기서 한자는 표의문자이다. 즉 하나의 글자나 발음이 여러 개의 뜻을 나타낼 수 있는 중의성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한자에는 발음이 불길한 글자와 비슷하여 생각하는 해음현상이 많은 편인데, 중국인에게 선물할 때에는 금기시되는 것이 있다.
예를 들어서 가장 대표적인 것이 시계인데, 한국에서 주로 선물로 사용되는 괘종시계나 탁상시계는 중국어로는 ZHONG이라 하고 시계를 준다는 주다라는 의미의 SONG과 함께 결합되어 SONG ZHONG이라 한다. 이는 죽음을 맞이한다는 의미의 SONG ZHONG와 글자는 다르지만 발음은 심지어 성조도 완벽히 일치할 정도로 완전히 일치한다.
만약 SONG ZHONG이라 이야기했을 때 중국어의 중의 현상으로 인해 충분히 연상될 수 있는 대목이다. 선물은 축복이나 성의를 나타내는 의미로 주는 것인데 뜬금없이 죽으라고 하는 것 만큼 황당한 것은 없을 것이다. 실제로 중국 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한국의 한 대기업 영업 담당 직원은 중국의 사업 파트너에게 시계를 선물했다가 계약 파기를 당한 경우가 있었다고 한다.
이와 비슷한 사례로 우산이 있는데, 우산은 중국어로 SAN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는 이별, 헤어짐을 의미하는 SAN과 발음이 정확하게 일치한다. 서로 잘 해보자고 선물을 하는 것인데 뜬금없이 이별을 의미하는 선물을 한다면?
이러한 실수는 중국의 언어 문화를 너무나도 잘 몰라서 생기는 실수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반대로 중국인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성의가 없어도 너무 없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요즘 중국인들도 이것이 너무 당연해서 굳이 강조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선물은 어떤 것일까?
먼저 단순히 비싸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과도하게 비싸거나 비싸 보이는 상품들은 받는 사람들의 부담만 높여 줄 것이다. 선물이라는 것 자체가 성의를 나타내는데, 중국에서는 선물할 때 받은 만큼 선물을 다시 하는 전통이 있는데, 비싼 선물을 받을 때는 기쁘지만 막상 다시 선물을 하라고 하면 부담스러울 때가 많기 때문이다. 선물을 성의를 보는 것이지, 가치를 보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차라리 비싼 선물보다는 성의를 나타낼 수 있고, 실용적인 선물이 오히려 받는 입장에서 기쁘고 덜 부담스러울 수 있는 해답이 될 것이다.
중국인들이 선물로 가장 많이 선택하고, 가장 무난하게 생각하는 것은 차, 술, 담배로 들 수 있다. 이 3가지는 전통적으로 중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기호품이기도 하고, 문화적인 이유로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이것을 선물로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위에 있는 항목들은 중국 국내인들에게 해당되는 이야기고, 만약 ‘한류 열풍의 진원지’인 한국에서 왔다면 충분히 독특하고도 실용적인 다른 선물도 충분히 생각해 볼 수 있다.
이 점은 생각해보면 예상외로 쉬울 수 있다. 중국인들은 식품 안전의 문제로 인해 중국 자국 제품을 충분히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 제조된 상품들은 고급스러운 상품이라고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예로, 한국에 여행온 중국인들은 쇼핑할 때 무엇보다도 자세히 보는 것이 원산지 표시인데, 그 이유로는 made in korea가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예를 들어 맞은 편에 앉은 비즈니스 파트너가 육아를 하고 있는 여성이라면 육아용품이나 기저귀, 혹은 분유도 충분히 좋은 선물이 된다. 집안에 웃어른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국 제 천연 염색약도 좋은 선택이다. 중국 사람들은 자신이 아직까지도 힘이 있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해서 머리를 검은 색으로 염색을 많이 하는 편인데, 중국 국내의 염색약 기술이 아직 발전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 만약 상대방이 한류 팬이라면 한국에 관련된 기념품이나 화장품을 선물하는 것도 작지만 성의있는 선물로 비춰져 호감도를 높일 수 있다.
또한 중국은 유구한 역사와 수많은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중국에는 이 긴 역사와 격동적인 이야기를 위주로 한 많은 컬렉션 제품이 있다. 이에 중국인들은 오래 전부터 우표, 골동품, 화폐 등 컬렉션이 매우 발달해 왔고 이는 과시의 수단이나 취미 생활이 되어갔다. 만약 기회가 있다면 한국의 우표, 화폐 기념세트를 선물하거나 중국의 컬렉션 시장을 직접 둘러보는 것도 매우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강조할 것은 숫자이다. 한국인은 7을 행운의 숫자로 생각하지만 중국인들은 약간 다르게 8을 복이라는 의미의 FA CAI와 발음을 비슷하게 연상해서 가장 좋아하고, 홀수보다는 짝수를 좋아한다. 그러나 짝수에서 4는 한국과 비슷하게 죽음을 연상시켜서 피하는 편이다.
그래서 결혼식과 같은 경사에서는 888을 주는 것이 가장 좋지만 큰 부담 없이 주는 것은 200, 600, 800등의 액수도 선호한다. 반면 장례식에서는 300, 700 등의 액수를 준다. 선물을 준비해서 이 점을 염두해두고 2개를 준비해가면 더 성의 있는 선물로 비춰질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어떤 사람들은 위에 있는 요령들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명심해 두어야 할 것은 중국인들은 가치나 그 다른 것들보다도 정성과 신뢰를 우선시하고, 관계를 우선시한다는 것이다. 이 요령들이 작게 보일수도 있지만 중국인들은 이걸 통해서 성의를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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