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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위의 고양이, 2017년1월7일 한국사진방송 번개출사 후기1.
서울 상도동 양녕로 밤골상회 일대의 낡은 가옥들은 곧 철거되고 이곳에 럭셔리한 아파트단지가 들어서는가보다.
양녕로란 발음이 힘든 동리이름이 이상했는데 이곳은 이조초기의 양녕대군과 관련이 깊은 곳이란다. 삼천포로 잠깐 빠져 양녕로니 거북바위니 하는 도로명 주소에 대해서 불만을 좀 토로해야겠다.
누가 어떤 의도에서 이 신주소를 주장했는지 모르겠지만 기존의 주소들은 어떤 곳을 얘기하면 바로 인식이 되는데 지금은 그곳이 어딘지 도대체 알 길이 없고, 기존의 주소가 머릿속에 외워져 있는데 신주소를 다시 외우려니 매우 힘들다.
또한 검색이 무척 어렵다. 00길 00번길이 아주 다르고, 띄어쓰기만 제대로 못해도 검색이 전혀 다르게 적용된다.
요새같이 검색으로 충분히 길을 찾을 수 있는 시대에 구 체계의 주소면 어떻고 신주소면 어떻겠나? 구 주소는 검색이 잘되어 찾기가 쉬운데 신 주소는 검색이 잘 안 되어 정말 환장하리만치 어렵다. 구관이 명관이라고 제발 이것저것 획획 바꾸는 낮도깨비 같은 짓들을 그만 했으면 좋겠다.
각설하고
상도역 1번 출구께 부터 시작된 이곳 달동네는 정말 험 하디 험한 동네였다. 서울 성북구 정릉동 산1번지(신주소 거북바위길? 보국문로길?)일대도 어지간히 낡은 동네지만 이곳은 북한산 자락이라 국립공원 환경과 맞물려 개발이 쉽지 않아 그리된 것이다. 그런데 이곳은 왜 이렇게 오래 방치되어 있었을까?
무너져 가는 오래된 낡은 가옥들이 개발을 앞두고 주민들이 다나가고 나니 마치 전쟁영화의 한 장면같이 을씨년스럽다. 낡은 이 동네는 곧 영원히 사라지고 말 것이다. 처절하리만큼 낡은 이 동네를 카메라에 담아 두는 것도 의미가 있고 이 낡음을 소재로 무언가 짓거리(퍼포먼스)를 해 보는 것도 예술적 의미에서 괜찮을 것 같아 급히 번개팅을 해 본 것이다. 물론 거창한 퍼포먼스를 생각한 것은 아니고 휴대용 조명기구 등을 이용한 간단한 퍼포먼스를 무작정 시도해 보겠다는 계획이었다. 휴대용 조명 짓거리는 뻔 한 사진이 나올 것이다. 정말 머릿속에 그리고 있는 것은 로마의 네로가 로마시내를 불태우면서 노래했던 것과 같은 거대한 불놀이였지만 허가를 얻기도 어렵거니와 안전사고 등도 장담할 수 없어 머릿속에 그려만 두고 말 것이다.
오후 3시경 마을에 도달하니 좁디좁은 낡디 낡은 험하디 험한 골목골목 곳곳이 고양이들의 세상이다. 녀석들을 카메라에 담으면서 곧 철거가 시작되면 이 녀석들의 운명이 어떻게 될까?
측은한 생각에 머리가 어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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