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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08월08일 06시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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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 땐 그랬었지”

헤이리마을 한국근현대사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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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땐 그랬었지

반세기 전으로 떠나는 시간 여행

헤이리마을 한국근현대사박물관

 

한국전쟁 이후 우리는 어떻게 살았을까? 지게와 낫 그리고 고무신이 전부였던 빈곤의 나라. 국민소득 60 달러, 그 고난의 시대에 우리의 삶은 어떠했을까?  

박물관의 역사는 많지만 추억은 그리 많지 않다. ‘역사와 추억을 함께 만날 수 있는 곳’.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법흥리 헤이리마을에 가면 그런 박물관을 만날 수 있다. 바로 한국근현대사박물관이다. 이곳에 가면 그 때 그 시절 골목동네, 달동네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우리가 살아온 20세기는 지난 세기를 다 합친 것보다 문화변동이 컸다. 고종이 세운 대한제국은 19108월 한일병합으로 통치권을 빼앗기고 멸망하였다. 그 후 우리는 일제강점기에 시달렸고 6.25 한국동란을 겪어야 했다. 그러나 그 격동의 시기를 보내고도 우리는 또 다른 시련과의 전쟁을 치러야만 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추위와 배고품이었다. 당시에는 얼마나 먹을 것이 없었으면 밥 세끼 배불리 먹는 것이 인생의 목표이고 꿈이었을까? 먹을 것이 없어 꿀꿀이죽이나 보리개떡과 솔가지 껍질로 허기를 달래야만 했고, 물자가 부족하여 아버지 옷을 고쳐 입거나 형의 옷을 물려 입어야 했으며, 구멍난 양말과 고무신을 꿰매고 또 꿰매어 신어야 했던 시절이 있었다. 어린 아이들은 도시락을 싸가지못하여 남몰래 물로 배를 채우기도 했다. 지난 반세기 전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살아온 역정. 앞으로 이 나라를 짊어지고 가야 할 젊은이들이 1960년대 전후의 생활상을 보면 상상하기 어려운 한국 근현대사를 이해할 것이다. 그리고 그 속에서 역사를 배우고 새로운 아이디어나 창의력을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한국근현대사박물관은 한국전쟁 직후부터 80년대까지 우리가 살아온 생활과 풍물, 역사와 정치, 체육과 오락 등 당대 사용되던 시각유물 7만여 점을 그 때 그 시절 풍경으로 실제 모습 그대로 재현한 입체형 테마관이다. 지하복층과 지상 1-3층으로 되어 있는 이 박물관은 최봉권 관장(62)이 평생동안 공들여 모은 귀중한 생활용품 및 사료들이다. 충남 부여 출신으로 고양시에서 특수종이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최봉수 관장은 학창시절부터 수집벽이 있었다. 우표나 외국 동전 등을 모으던 최관장은 80년대 중반부터 옛 생활용품으로 눈을 돌렸다. 주말이면 1톤 화물차를 타고 시골마을을 찾았고, 폐농가를 뒤지다 수십년 전 소줏병 등 보물을 만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고물상도 그가 즐겨 찾는 곳이다.

박물관 입구에 들어서면 좌측벽에 그동안 여러 신문방송사 보도자료 등이 여기저기 붙어 있다. 2005614일자 조선일보가 취재한 인터뷰 기사에 의하면, 최 관장은 이곳 박물관에는 모조품은 하나도 없습니다. 문짝 하나도 모두 실제 사용되던 것이죠. 헌 문짝을 떼어오면서 새 알미늄 새시를 달아주면 시골노인들은 도통 이해를 못하겠다는 표정을 짓더군요.”라며, “까칠한 종이로 만든 국어책, 녹슨 연장들, 누구도 돌아보지 않을 소줏병 하나...값비싼 유물은 아니지만 누군가 챙기지 않으면 사라져갈 우리네 삶의 흔적입니다라고 말한다.

19655월 달력이 걸려 있는 전당포에서 돋보기로 시계를 감정하는 노인의 모습이 웃음을 자아낸다. “시계가 흔하지않던 옛날. 오리엔트 시계 하나 팔목에 차면 얼마나 자랑스러웠는지. 요일을 가리키는 자판이 한자로 나오는 게 특이하죠?”라고 설명한다.

건너편 문화관의 레코드 가게에 전시된 앨범 재킷에선 앳된 이미자와 젊디젊은 남진과 나훈아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검정 교복과 얼룩무늬 교련복. 그렇게나 무거웠던 플라스틱 모조총도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구호품 밀가루 포대로 만든 바지. 머릿니를 잡기 위해 DDT를 뿌리던 풍경은 요즘 젊은 세대가 좀처럼 이해하기 힘든 장면. 나무로 만든 작은 책·걸상, 조개탄 난로 위에 수북히 쌓인 철제 도시락을 보면 , 그 땐 그랬었지하는 탄성이 절로 나온다. “학생들은 우리 부모님이 어떤 환경에서 이떻게 공부했고 살아왔는지를 알 수 있고, 보릿고개를 경험한 중·장년층은 그렇게도 힘들었지만 이젠 한없이 그리운 옛 시절의 추억에 흠뻑 빠질 수 있습니다라고 강조한다.

박물관 관람 코스는 먼저 지하복층으로 이루어진 풍물관부터 시작된다. 이곳에서는 상가가 쭉 늘어선 저잣거리와 달동네 생활풍경을 만날 수 있다. 지하계단을 내려가면서 50-60년대의 골목길 풍경이 고스란히 재현돼 있다. 60년대 전후의 도시를 통째로 옮겨놓은 듯 하다.


1m 내외의 좁은 골목에는 우체국, 인쇄소, 복덕방, 전파사, 시계포, 만물상, 약방, 전당포, 다방, 옛날식당, 대폿집, 사진관, 극장, 구두 수선방, 한복집, 의상실, 자전거포, 양장점, 편물점, 미싱가게, 기원, 철공소, 대장간, 무당집, 어름집, 떡방앗간, 한약방, 구멍가게, 이발소, 쌀집, 엿장수집, 삯바느질집, 한옥집, 옥탑방, 연탄가게, 달동네 자취방 등이 늘어서 있다. 지붕위에 붉은 고추 말리는 풍경과 호박넝쿨이 늘어져 있는 풍경도 정겹다. 이발관, 인쇄소 집 위로 무질서하게 늘어서 있는 전깃줄까지 똑 같다.

50-60년대 선거벽보들도 조부모, 부모 세대들에게 아련한 기억을 불러온다. 리승만, 신익희 장면 후보 등의 선거벽보도 보이고, 박정희, 김영삼, 김대중 후보들, 그리고 윤보선, 김두한 후보의 선거벽보도 눈에 띈다. 리승만 후보 선거 구호는 나라 위한 80 평생, 합심하여 또 모시자라고 했고, 신익희 후보는 못살겠다. 갈아보자라고 외쳤다. , 윤보선 후보는 군정 이후 선거 때였는지 군정으로 병든 나라 민정으로 바로 잡자는 구호를 썼다.


다방 레코드판에서는 이미자의 노래가 흘러나오고, 한쪽 구석에서는 노인 두분이 장기를 두는 모습도 보인다. 향수에 젖은 옛노래가 우리들을 반세기 전의 시간여행 속으로 끌고 간다.

금촌극장에서는 영화 김승호, 황정순 주연의 지게꾼과 신성일, 엄앵란 주연의 동백아가씨가 상영되고 있다. 지개꾼은 196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작으로 1963년에 제작된 영화이다. 이 이외에도 극장 주변에는 저 하늘에도 슬픔이’, ‘빨간 마후라’, ‘왈순아지매’,‘물레방아’, ‘돌아오지않는 해병’, ‘임금님의 첫사랑’, ‘사랑은 눈물의 씨앗등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영화벽보들이 즐비하다.

기쁨 주고 사랑받는드레스 미싱 간판도 반갑다. 어릴 적 엄마, 누나가 즐겨 사용하던 생활용품이다. 수리전문집에는 선풍기가 여러 대 수리를 기다리고 있고 고장난 라디오도 보인다.

이발소 입간판에는 삭발 50, 이브 80, 상고 100하는 가격표가 눈길을 끈다. 담배가게에는 한산도, 태양, 거북선 등 옛날 담배들이 진열돼 있다.


무당집에서는 합격기원, 승진을 기원하는 어머니의 기도가 간절하다. 무당은 꽹과리를 치며 조상신령을 부르고 있다.

지상 1-2층은 문화관이다. 책보따리 메고 다니던 추억의 초등학교와 문방구, 헌책방, 새마을회관 등을 만날 수 있다.


가림초등학교 교실 풍경이 보이고, 새마을부녀회부여군연합회 간판도 눈에 띈다. 최관장 고향이 부여이기 때문에 부여에서 실제 걸렸던 간판을 구해온 것 같다.

4H클럽노래 및 4H서약도 벽에 붙어 있다. Head(두뇌), Heart(마음), Hand(), Health(건강)의 첫 글자를 딴 '4H운동'은 일종의 실천적(實踐的) 사회교육운동으로, 창의적인 사고(思考)와 과학적인 행동을 통해 청소년(靑少年)을 미래의 주역으로 키우고 농어촌 발전을 도모하는 것이 주목적이었다. 네잎 클로버 문양에 지() () () ()를 표상으로 하는 4H클럽이 해방 이후 우리나라에 본격적으로 소개된 것은 미군정(美軍政) 때부터였다. 정부의 정책적(政策的) 후원을 바탕으로 '4H운동'새마을운동과 함께 전후복구(戰後復舊)와 농촌재건운동으로 자리 잡았다.

 

지상 3층은 역사관 및 추억관이다. 근현대 정치 100년사, 역대 대통령 사료, 일제 강점기 자료, 한국전쟁 관련 사료, 86아시안게임 및 88서울올림픽 관련 자료 등이 전시되어 있다. , 여배우 캘린더, 엣날 술병, 화폐, 흑백 TV, 영화 포스터 등 재미있는 추억의 소장품들도 전시되어 있다. 다양한 태극기 문양, 간첩침투 경로 등도 보이고, “박정희 대통령 새 아시아의 지도자로라고 쓰여진 민주공화당보도 걸려 있다.(,사진/임윤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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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윤식 (lgysy@naver.com)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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