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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눈으로 나는 머리로 세상을 본다. 김가중식 포토샵 내몽골 패상 작업하기 연재1.
아나로그 시절 명성이 자자한 그 작가가 깔보는 눈초리로 필자를 내려다보며 충고 했다. “이런 날 사진이 됩니까? 안 되는 날은 카메라를 접는 것이 상수지 필름이나 낭비하는 것을 보니 하수로군.” 북한산에서 몇 년간이나 멋진 풍경을 찍어내어 북한산 사진가로 명성을 날리며 잡지 등에 초대작품을 기고하는 전문 풍경사진가였다. 날씨가 아주 개판이었다.
그의 노련한 경험에 비추어 내가 그런 날 카메라를 들고 꼭두새벽부터 동쪽 하늘을 바라보며 철컥 철컥 셔터를 누르니 한심해 보였을 것이다.
사실 날씨에 관계없는 작가다. 필자는....
흐리면 흐린 대로 비 오면 비 오는 대로 눈이 오면 그것도 좋다. 그 상태에서 사물을 달리 유추하여 무언가 짓거리를 하기 때문이다. 그날 상계동의 하얀 아파트 단지를 내려다보며 슬라이드 필름을 +2단 오버하여 하이키 이미지를 만들고 그 이미지와 날씨가 화창한 파란 하늘에 유유히 떠가는 새빨간 행글라이드를 촬영해둔 필름과 겹쳐 파르스름한 도시위에 섬뜩하도록 새빨간 행글라이드가 비상하는 이미지를 그리고 있었다. 하얀 이미지와 새파란 이미지의 슬라이드 필름 두 장을 겹쳐 인화하는 아주 간단한 테크닉이지만 이때 나오는 작품은 대단한 작품이다.(세계적으로 유명한 니콘국제전 대상작품 중에 이런 류의 작품 있음) 흐린 날 하얗게 노출과다로 찍어내고 파란하늘을 약간 노출을 부족하게 촬영하여 두 장을 겹치면 된다. 이런 작품을 염두에 두고 열기구, 풍선, 패러글라이드, 연 등을 파란하늘에 많이 촬영해 두었었다. 이미
그 작가가 그런 나의 생각을 알 리 없을 터였다. 씨뻘건 불덩이가 불암산 위로 떠오르고 산 아래 운해가 뭉실뭉실 깔려야 비로소 카메라를 꺼내는 작가에겐 전혀 예상조차 할 수 없는 세계다. 날씨가 개떡 같아야 오히려 좋다니....
“선생은 이걸로 찍지만 나는 이걸로 찍는 작가요” 내가 손가락으로 눈깔을 콕콕 쑤시다 대갈통을 쿡쿡 쥐어박자 비로소 그도 내가 어떤 짓거리를 많이 하는지 감이 왔나보다. 바로 사과를 하였다.
“원하시면 나중에 오늘 작품을 보여 드려도 좋구요.” 훗날 그날 촬영한 작품들은 과연 공모전에서 큰 상을 다수 획득했다.
아나로그 시절
흑백사진을 하려면 매우 중요한 예술적 체계가 계조였다. 계조는 매우 미묘하여 감정처리가 가능한 기술적 체계로 발전하였고 계조를 통하여 작가의 경지를 이해하는 안목이 발달하게 되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흑백 사진가들이 있는데 저 유명한 프랑스의 앙리 부레송과 미국의 안젤 아담스다.
앙리 브레송은 흑백사진의 노말 프린트로 유명하였지만 안젤 아담스는 흑백사진의 미묘한 계조조절을 철저히 이론화하여 사진의 계조를 예술로 승화시킨 걸로 거장의 반열에 오른다. 그가 이 미묘한 계조를 이론화하여 체계적인 학문으로 발전시킨 것이 바로 Zone System 이론이다. 흑백의 검은색과 흰색을 10단계로 나누어 그 단계(Zone)마다 올바로 인식하고 파악하여야 비로소 작가의 감정이 화면위에 옮겨진다는 퍽 어려운 이론으로 당시의 작가들은 다 이 이론에 집착하였다. 아담스는 이를 통하여 결과 예측론을 주장하였는데 필자 역시 크게 공감하였고 필자 역시 눈앞에 전개된 실제의 상황보단 머릿속에 그리고 있는 마지막 인화단계의 결과에 집착하는 작가다.
브레송 역시 필자와 같은 인식론을 펼쳤는데 그의 생각과 필자의 생각 역시 일치한다.
흑백의 계조를 통하여 작가자신만의 감정처리를 하려면 흑백사진의 모든 구조를 완전하게 익혀야만 가능하다. 예컨대 강한 콘트라스트를 얻고자 한다고 가정을 해보자.
필름시절엔 다양한 종류의 필름이 나왔는데 필름의 선택부터 아주 중요했다. 필름엔 콘트라스트가 강한 필름과 약한 필름이 있기 때문이다. 필름선택을 하고 촬영할 때 콘트라스트 조절용 필터를 사용하면 역시 콘트라스트가 조절된다. 따라서 다양한 필터를 구비하고 그것을 선택하여야 된다. 노출도 역시 중요하다. 부족으로 촬영하고 현상을 되게 하면(증감현상 법) 하이 콘트라스트가 된다. 반대로 오버로 촬영하고 현상시간을 줄이면 로우 콘트라스트의 영상을 얻는다. 인회역시 인화지 호수가 정해져 인회지 호수에 따라 하이와 로우의 콘트라스트를 조절할 수 있다. 또한 현상과 인화시의 약품종류에 따라 콘트라스트가 달라진다.
위에 열거한 것 외에도 더 많은 조건이 적용되는데 이러한 모든 체계를 다 공부하고 체득하려면 최소한 1년 이상의 수련 기간이 필요했다. 따라서 인화한 작품만 보아도 그 작가의 내공을 감지하는 경지가 작가들끼리 서로 통했다. 아나로그 시절 얘기다.
디지털 시대와는 전혀 안 맞는 얘기지만 이 공부가 전혀 헛 된 것일까? 아니다. 디지털 시대에도 이 방식의 체계는 큰 도움이 된다. 암실을 프로그램화 한 것이 포토샵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필름시절 유추하며 사물을 간파하던 그 능력은 포토샵을 통해 그대로 사물을 보고 자신의 머릿속에 그려지는 이미지대로 바라보는 습성은 여전히 유효하다.
사진이 눈에 보이는 대로 그대로 나온다고 생각한다면 바보의 이웃사촌쯤 된다. 내 눈에 이렇게 보이는데 사진으로 옮기면 어떻게 보일까? 하고 의심을 먼저 하여야 된다. 인간의 눈과 카메라의 렌즈는 절대로 일치되지 않기 때문이다. 눈과 렌즈의 차이를 인식하는 것이 곧 사진학이다.
* 이날 강좌에선 러시아의 미녀 줄리아가 방문하여 세미나 축가를 불러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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