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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리장성과 맞바꾼 작품 우리들의 아름다운 중국여행, 내몽골 패상
눈 오는 새벽 왕따나무에 조명을 하고...
한밤중 주섬주섬 옷을 꿰고 살그머니 호텔 문을 열고 거리로 나섰다. 가로등도 없고 상가와 호텔들이 모조리 소등을 하여 칠흑 같은 어둠뿐이다. 이곳 패상은 여름한철 관광객들을 맞아 장사를 하고 이 때쯤부터 대부분의 상점들과 호텔들이 철시를 한단다. 이미 대부분 문을 닫아 거리엔 정적이 흐를 뿐이다.
움직이는 것이라곤 바람에 나부끼는 눈발뿐이다. 200m도 채 가지 못하고 룸으로 돌아와 이불을 뒤집어썼으나 역시 잠이 오지 않는다. 이밤 아직 한잠도 자지 못했다. 약이 바짝 올라 있어서였다. 이곳에 와서 아직 해를 본적이 없다. 이젠 해가 어떻게 생겨먹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지지난 해 황산에 이어 중국 여행은 두 번째인데 황산에선 하필이면 태풍을 맞아 일정 내내 폭우가 줄기차게 쏟아졌다. 그럼에도 행운이 따라주어 황산 꼭대기에선 쏟아지는 별빛과 찬란한 일출을 맞이했었고 카메라만 꺼내면 비가 그쳐주어 촬영에 지장을 받진 않았었다. 필자의 그런 묘한 행운(?)에 우리들 안내를 맡았던 중국 분들이 제갈 공명보다 한 수 위의 술법을 부리는 도사로 치부했다.
이제 날이 밝으면 새벽촬영을 하고 아침을 먹고 나면 천진공항으로 출발을 해야만 된다. 조금이라도 더 긴 시간 촬영할 수 있게 전날 마지막 남은 상점에서 빵을 사두었다. 아침 먹으러 호텔로 돌아오는 시간을 아낄 셈이었다.
그런데
밤새 아직도 눈발이 날리니 이젠 눈이 지겨워져 짜증이 마구난다. 마지막 날 아침만이라도 찬란한 아침 해를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 점은 안내인들과 우리 대원 모두가 같은 바람이었다.
새벽4시경 로비에서 안내인을 만나자 내가 제안한 것은 지금 출발하여 만리장성으로 이동을 하여 만리장성을 관광하고 싶다는 뜻을 제안했다. 어차피 해를 만날 가망이 전혀 없다면 이 재 빛 초원을 또 헤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우리 귀국 출발지가 북경이 아니고 천진이라 만리장성으로 가려면 많이 돌아가야 된단다. 손문걸 안내인이 대신에 왕따 나무가 있고 그곳은 차량의 접근이 용이하니 조명을 하시는 것이 어떠냐는 제안을 한다. 아마도 그도 밤새 눈발이 그치지 않아 해를 보기 어려울 것 같아 고민을 했었나 보다. 아주 좋은 아이디어 같았다.
그렇다 이번 여행에서 조명다운 조명을 한 번도 제대로 해 보지 못했다. 마지막 촬영 순간을 조명으로 처리하기로 하고 출발을 하였다. 가는 내내 눈발이 더욱 거세져 차창을 마구 때린다.
현장엔 말 차반(목동)이 말을 대동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찦차와 서울에서 준비해간 조명을 하니 미약하지만 아주 불가능할 것 같지는 않았다. 다행히 요즈음 출시되는 카메라는 감도를 많이 올려도 그런대로 화질이 좋았다. 물론 필자의 구닥다리 고물 카메라만 제외하고 말이다.
찦차들을 적절히 배치하여 헤드라이트를 비추니 마구 몰아치는 눈보라가 역광을 받아 하얀 빗 선을 그린다. 역광선 조명으로 충분히 좋은 작품을 얻었음으로 순광선 조명촬영을 하기로 하고 이동을 하였다. 그런데 사위가 밝아지면서 언제부터인가 눈보라가 그치고 동쪽하늘에 오색구름들이 뭉게뭉게 피어오르고 있었다.
우리 안내인 황성찬 작가가 갑자기 흥분하였다. 해가 뜰 것 같으니 빨리 이동을 하여야 된다며 차량들을 급히 출발시켰다.
호수
그 호수에 도착했을 때 거울같이 잔잔한 호반이 붉게 타고 있었다. 갑자기 언덕너머에서 말떼들이 징기스칸의 몽골병사들처럼 나타났다.
언덕위의 작은 말떼들이 순식간에 커지면서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붉게 타고 있는 호수 속으로 첨벙첨벙 뛰어들었다. 찬란한 아침햇빛을 받은 물방울들이 보석처럼 영롱하게 공중으로 마구 튀어 올랐다. 물방울들이 별들이 되어 밤하늘로 올라갔다는 엉뚱한 상상을 하며 죽기 살기로 셔터를 눌러댔다.
영하8도,
손가락과 발가락이 깨질 것 같다. 말 차반들이 발이 시려워 더는 물속에 뛰어 들 수 없다며 바람같이 사라지고 말았다. 이들이 구름도 다 몰고 갔는지 하늘은 티 한 점 없이 파랗게 빛나고 있었다.
만리장성으로 이동하지 않은 것은 정말 잘한 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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