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서의 탈출(Out Of India) - 한국사진방송 대한민국예술-
  • HOME
  • 즐겨찾기추가
  • 시작페이지로
회사소개 설문조사
모바일보기
회원가입 로그인
2020년04월10일fri
기사최종편집일: 2020-04-09 15:30:32
뉴스홈 > 문화예술뉴스 > 전문가테마섹션 > 임윤식의 길 위에서
>
2020년03월01일 06시29분
쪽지신고하기 기사내용 이메일보내기 뉴스프린트하기 뉴스스크랩하기

인도에서의 탈출(Out Of India)

사선(死線)을 넘어서
네이버 밴드 공유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인도에서의 탈출(Out Of India)

-사선(死線)을 넘어서

 

요즘 전 세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몸살이다. 입출국 제한 및 격리 등 대혼란이다. 오래전 인도에서 페스트가 발생했을 당시 필자가 겪었던 인도탈출기가 새삼스럽게 생각난다. 필자는 직장 일로 90년대 중반에 인도에 자주 출장갈 기회가 있었다. 인도에 처음 출장갔을 때의 일이다.

 

3일 후면 출발하는데 갑자기 우리나라 신문에 1면 톱으로 인도에 페스트가 발생하여 100명 이상이 죽었다는 기사가 실렸다. 페스트는 흑사병이라고 불리워지는 무서운 전염병이다. 14세기 유럽에서 페스트가 유행했을 당시 약 2,500만 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하는데 이는 유럽 전체 인구의 1/4에 달했을 정도이다. 이처럼 무서운 역병인데 우리나라에는 아직 한번도 발생한 적이 없다고 한다.

당연히 집에서는 물론 회사에서도 위험하니 가지 말라고 만류했다. 어찌해야 하나? 한참 망설였다. 그 때만 해도 인도는 한번도 가본 적이 없어서 꼭 가보고싶은 나라였다. 필자는 호기심이 많고 모험심도 조금 강한 편이다. 암벽등반을 오랫동안 해왔는데 이 역시 처음에는 모험심과 호기심 때문에 시작한 것이었다.

결국 고심 끝에 가기로 마음 먹었다. 어쩌면 죽음을 무릅쓴 결단이었는지도 모른다. 출장가는데 죽음을 각오하다니 지금 생각하면 참으로 무모하기 짝이 없는 행위였다. 당시 인도인구가 8억인데 그중 100여명이 죽을 정도라면 그건 교통사고 정도의 확률이 아닌가. 만약 내가 잘못되어 페스트에 걸린다면 그건 운명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운명이란 길거리에서 자전거에 치어도 죽을 수 있는 것이니까. 암튼 참으로 겁 없고 무모한 결심이었다.

우선 병원, 보건소 등에 문의하니 예방약은 없다고 한다. 다만 항생제로 테트라싸이클린이었던가, 기억은 정확하지 않지만 그 약이 그나마 약간 예방 및 치료가 된다고 한다. 인도 현지의 아는 사람에게 전화하니 테트라싸이클린이 품귀이니 그 약을 많이 사오라고 한다. 그래서 그 약을 제법 많이 구입한 후 과감히 출발했다.

 

공항에서 내려 봄베이(그 후 뭄바이로 이름이 바뀌었음)로 가는데 길 옆을 보니 페스트가 만연할 만 하다. 마치 왜정시대 우리나라 청계천(영화 장군의 아들김두한이 어릴 적 놀던 수표교 부근) 판자촌과 비슷한 것 같다. 명색이 공항로인데 길 옆에 다닥 붙어 있는 판자집들이 마치 빈민굴같다. 페스트는 쥐가 전염시키는 병이다. 쥐는 지저분한 곳에 사는 동물이니 그럴 수 밖에 없다. 그 당시 만연된 페스트는 공기전염되는 것이라고 해서 더 무서웠다.

 

소를 숭배하는 것으로 잘 알려진 인도인들은 대부분의 나라에서 싫어하는 ''도 숭배 대상으로 삼는다. 힌두교 신화에 따르면 쥐는 인도인들이 숭배하는 코끼리 머리모양을 한 가네시신()의 절친한 친구로서, 가네시신은 행차를 할 때마다 쥐의 인도를 받기 때문에 쥐를 숭배하는 것은 바로 가네시신을 잘 받드는 일이 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인도에서는 쥐들이 해마다 인도국민들의 석달치 이상 식량을 축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쥐를 잡으려고 나서지 않는다고 한다. 또 쥐가 부엌에 들어와 음식을 축내도 쥐를 죽이면 천벌을 받는다고 생각한다. 인도정부는 페스트 확산을 막기 위해 대대적인 쥐잡기 운동을 독려하고 있지만 국민들의 비협조로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단다.
인도에는 쥐를 숭배하는 사원도 있다. Karni Mata사원이 그곳이다. 이 사원에서 왜 쥐를 숭배하고, 이 쥐들에게 먹을 것을 제공하는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Karni Mata사원의 전설을 알 필요가 있다. Karni Mata는 죽음의 신인 Yoma의 손으로부터 그녀의 신봉자의 아이를 부활시켰다고 한다. 그리고 그녀는 그를 따르는 모든 사람들에게 알렸다. 그녀는 Yoma로 부터 사람을 살리는 방법을 알아냈다고 전했지만 Yoma에 의해 죽음의 세계로 떨어질지 모른다고 전했다. 그녀는 이를 막기 위해 잠시동안 그들을 쥐의 모습으로 환생시킨다고 이야기했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단순히 하나의 전설에 불과하다. 역시 그 전설 만으로 20,000마리가 넘는 쥐와 조화를 이루며 살고 있는 이 사원을 설명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이다. 쥐는 일반적으로 사람을 두려워하는 동물이다. 사람을 보면 도망을 가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이곳의 쥐는 신도들의 주위를 함께 걷거나 심지어는 신도들의 팔과 머리에 올라타기도 한다. 그리고 이런 행위는 신의 축복으로 믿고 있다고 한다. 이곳의 쥐는 Kaba라고 불리워지는데, 신도들은 Kaba에게 우유와 곡물을 매일 제공하고 있으며 Kaba가 마시던 물은 성스러운 물이라 하여 신도들이 그 물을 함께 마시고 있다고 한다. 쥐를 이처럼 숭배하니 페스트가 발생하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당시 페스트가 발생한 지역은 뭄바이로부터 100km이상 떨어진 지방도시였다. 필자가 출장간 뭄바이시에는 아직 페스트환자가 발생되지 않은 상태였다. 그래도 인도에서 제일 좋은 호텔 중 하나라고 하는 오성급 타지마할호텔에 여장을 풀고 그때부터 칩거에 들어갔다. 호텔주변에도 아침에 일어나 보면 길거리에 누워 자는 거지들이 가득하다. 길가에는 팬티 만 걸친 여자가 벌거벗은 애기를 안고 동냥을 한다. 인도에 가본 사람들은 잘 알 것이다. 인도란 그런 곳이다. 타다남은 시체가 떠다니는 갠지스강에서 목욕을 해도 아무렇지도 않은 나라가 인도이다. 어쨋든 불가피한 거래처나 관공서를 업무차 방문하는 걸 제외하고는 호텔에 만 계속 머물렀다.

 

그럭저럭 두렵고 아슬아슬한 출장일정 5일을 보내고 귀국길에 올랐다.

그런데 공항에 가 보니 문제가 생겼다. 외국으로 나가는 대부분의 비행기가 취소됐다. 거의 공항 봉쇄 상태였다. 마치 전쟁터를 방불할 정도였다. 페스트가 다른 나라로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일차적으로 공항부터 통제하기 시작한 것이다. 페스트가 얼마나 무서운 병인지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어찌어찌 하여 새벽 2시경에야 가까스로 필리핀으로 경유하는 비행기를 타게 됐다. 필리핀 비행기는 생각보다 삼엄하지 않았다. 필리핀공항에서 건강체크 몇가지 하더니 통과시켰다. 그래서 필리핀에서 하루저녁 자고 다음날 귀국하게 됐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나라 공항이었다. 인도에서 직접 오거나 경유한 입국자들은 모두 격리조치를 취했다. 일단 건강체크를 하고 집으로 보내주긴 하는데 집에서 가족들과 격리하여 1주일을 버텨야 된다고 했다. 페스트 잠복기간이 1주일이기 때문이란다. 딸아이는 외갓집으로 보냈다. 아내도 외갓집에 가 있으라고 했는데 말을 듣지않는다. 페스트환자일지도 모르는 필자 만 혼자 집에 남겨두고 피신할 수가 없기 때문이리라. 말은 하지않았지만 죽더라도 같이 죽겠다는 각오였을 것이다. 역시 어려울 때는 부부밖에 없는 모양이다. 암튼 그런 사연으로 할 수 없이 아내와 함께 1주일을 보냈다. 병원 입원도 하지 않고 치료도 받지않은 채로 그냥 집에 만 있었다. 생각하면 말도 안되는 방역조치였다. 회사는 당연히 1주일간 휴가였다.

그 다음 날 부터 공항 검역소, 서초구 보건소, 서울시 방역과에서 매일 집으로 전화가 왔다. 괜찮느냐는 전화였다. 그냥 이상유무 만 체크하는 것이었다. 그게 전염병 예방의 전부였다.

필자가 귀국한 후 이틀 뒤부터는 인도에서 오는 여행객은 모두 공항에서 집으로 보내지 않고 바로 병원으로 직접 격리시켰다고 한다. 사태가 좀 더 심각해졌던 것 같다. 당연히 그래야 되는 것이었다. 만약 필자가 실제로 페스트에 감염됐다면 어떻게 됐을 것인가. 그것도 공기전염이 되는 페스트였는 데 말이다.

 

어쨋든 필자는 일주일을 가까스로 버틴 후 이상없이 격리해금됐다. 살아서 지금까지 이렇게 숨쉬고 있다. 사선(死線)을 넘어온 셈이다. 필자와 함께 생사를 함께 했던 전우(?)인 아내도 여전하다.(/임윤식)

 

올려 0 내려 0
- 관련뉴스가 없습니다.
무통장입금 정보입력 입금자명 입금예정일자
(입금하실 입금자명 + 입금예정일자를 입력하세요)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임윤식 (lgysy@naver.com) 기자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임윤식의 길 위에서섹션 목록으로
길은 있다.(There's a Way) (2020-03-23 08:24:26)
도봉산 망월사 및 포대능선 오르기 (2020-02-20 11:07:16)

선거기간동안 제한합니다. 선관위 엄명으로
회사소개 개인정보보호정책 이용약관 이메일주소무단수집거부 공지사항 독자투고 기사제보
상호명: 한국사진방송
방송등록번호: 서울특별시 아01089 등록일: 2010.01.08 사업자등록번호: 209-07-84872
발행:김영모 편집:이성녕 대표/청소년보호책임자:김가중 02)763-3650/010-7688-3650 kimgajoong@naver.com
주소:서울 종로구 명륜동 2가4 아남A 상가동1차103호
Copyright(c) 2020 Ver5.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