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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서상식 . 서병용 父子展 ‘아버지가 그리울 때’ 사진전 및 출판기념회
2020.3월4일부터 3월10일까지 경인미술관
아버지, 그 이름만으로도
은효진 (APC뉴스 편집인 겸 발행인)
남자는 아버지의 그늘을 보고 자란다고 한다. 부모를 하늘로 보내고 나 또한 부모가 되어 홀로서기를 시작하는 가장이 되어보니 어릴적 문득 문득 보았던 아버지의 처진 어깨와 쓸쓸한 뒷모습이 떠오른다.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과 회한 그리고 지금의 아버지라는 자리의 무게감을 동시에 느끼게 된다. 아버지 와의 추억이 아련할수록 슬픔은 배가 되는 법이다.
서병용 작가의 부친과는 어느 사진 행사장에서 지인의 소개로 인연이 시작되었다. 서작가에게 아버님 은 자상했던 유년 시절과 가족들에게 사랑을 베푸셨던 포근한 가장의 모습으로 기억되고 있다. 군 제대 후 철이 들면서 더욱 깊은 사랑을 느끼게 되었다고 말한다. 휴일이면 " 아들! 오늘 아버지랑 사진 촬영하러 가자" 하시면 호기심에 아버지 카메라를 받아 들고 곧 잘 따라 다녔던 기억들이 지금도 생생하게 난다고 한다.
그러한 아버지가 1995년 갑자기 가족 곁을 떠나시고 난 후 소중하게 여기시던 카메라 장비들을 보고 본인도 생전에 계실 때 아버지를 추억하며 자연스럽게 사진을 시작하게 되었다. 몇 해 전엔 혼자 남은 어머니도 아버지 곁으로 가시고 나니 주마등처럼 지나간 아버지의 모습이 떠올랐다. 시간이 지날수록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이 쌓여 불러봐도 울어봐도 대답없는 현실에 남몰래 소리 없는 눈물을 흘렸다.
서병용 작가는 아버지가 남기고 가신 낡은 필름들을 장롱에서 꺼내 생전에 하지 못했던 사진전과 함께 사진집을 만든다. 당신 가족을 위해 무던히 노력 하시며 학처럼 천사처럼 살다 가신 그의 영전에 바치는 뒤늦은 효도이며 사부곡이다.
서병용은 재개발과 재건축 등 사라져 가는 뒷 골목을 담으며 아버님의 길을 밟고있다. 오늘의 일상이 쌓여 과거가 된다. 시간이 흐를수록 골목이 낡아갈수록 추억은 진해져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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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란 무거운 이름
서병용 (사진가)
자식들을 위해 헌신하시다 67년의 짧은 삶을 마감하고 홀연히 떠나신 아버지.
저도 철이 들어 자식을 키우면서 아버지란 이름의 무게감을 알 즈음... 기다려주시지 않고 천상으로 가셨던 아버지 앞에 불효자라는 단어는 항상 마음속 응어리로 남아 있었습니다.
“하루 밥 한끼 먹고 온 종일 사진만 찍으면 좋겠다”라며 그토록 사진을 좋아하셨던 그 였지만 자식들을 키우느라 변변한 전시 한번 못하고 필름만 남겨 놓고 그렇게 가셨습니다.속절없이 흘러간 생의 무서운 시간 앞에서... 장롱속 25년간 간직한 아버지의 낡은 필름을 세상밖으로 꺼내며 사죄하는 마음으로 뒤늦게 효도라는 단어를 떠올려 봅니다.
카메라를 둘러매고 이곳저곳을 다니며 기록한 필름들속에는 아버지의 화려한 전성기 시절의 혈기와 열정들이 고스란히 남아있습니다. 촬영다닌 장소와 년도를 현상소 봉투에 꼼꼼히 기록하신 덕분에 정보를 온전히 전달할 수 있어 다행한 일입니다.
세월은 속절없이 흐르고 꽃잎은 하염없이 지고 말았습니다. 어린시절 아버지를 따라 다니며 촬영했던 나의 사진들도 세월의 때가 켜켜이 묻어있습니다. 아버지의 유산처럼 나 역시 바쁜 삶속에서 틈틈히 카메라를 잡습니다. 가장으로서의 무거운 짐을 놓고 치열한 삶을 잠시 잊어 봅니다. 아버지가 그랬던 것 처럼...
“아버지! 이제 아무 걱정하지 마시고 하늘나라에서 좋은 피사체 찾아 다니세요. 아버지가 가셨던 길을 묵묵히 따라 가겠습니다. 매일 매일 당신을 향한 그리움은 이 세상 마지막날까지 잊혀지지 않을꺼예요. 존경스럽고 멋지고 인자하셨던 모습, 영원히 마음속 깊이 간직 할께요.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그리고 이 세상에 태어나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아버지 보고 싶습니다. 오늘밤에는 아버지 꿈을 꾸고 싶습니다. 호탕한 웃음으로 꿈속에 찾아 오실런지... 하늘나라에서 편히 쉬십시요.” 살아생전 못했던 말들을 허공에 내뱉습니다. 다음 생에는 인자하신 모습으로 다가와 못다한 사진 이야기를 해 주실거라 믿으며...
볼 수 없는 그리움은 힘듭니다. 떠오르지 않고 잊혀지는 기억들은 더욱 힘듭니다. 오래된 필름속에서 인화되어 세상 밖으로 나온 사진들은 아버지의 환생이며 부활된 영혼입니다. 그 어떤 날보다 행복한 오늘, 유년시절로 돌아가 아버지를 위해 춤을추고 재롱을 떨며 한바탕 잔치를 벌이고 싶었습니다.
언젠가 꼭 여유가 생기면 아버지 전시회를 해 드릴려고 열심히 살아왔습니다. 나 또한 치열한 삶과 바쁜 일상속에서도 틈틈이 카메라를 잡아왔습니다. 우연히 인생 한 바퀴를 돌아와 회갑을 맞은 2020년에 아버지께 효도라는 약속을 지키게 되어 기쁩니다.
마지막으로 좋은 작품을 위해 묵묵히 내조해준 며느리이자 두 아들의 엄마인 사랑하는 아내에게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습니다. 또한 다음생에는 아버지와 함께 멋진 피사체를 찾아 다니며 못다한 사진이야기를 해 주실거라 믿으며 사죄하는 마음으로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 이 사진집을 바칩니다.
아버지
故서상식(徐詳植,1929 -1995)
1929 전남 광양출생
1978 니콘 FM2 카메라 구입(사진 시작)
사)한국사진작가협회 회원
순천사진서클 강남사우회 회장 역임
문화재 사진공모전 장려상외 입상 다수
영전사(전기통신회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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