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참여한 시민 600여명, 국제사회에 글로벌 해양조약(BBNJ) 발효 촉구 목소리
- 전세계 바다 3분의 2 차지하는 공해, 남획과 채굴 등 파괴 심각
- “한국 정부, 공해 해양보호구역 지정을 위한 실질적인 준비에 착수해야”
제10차 아워오션컨퍼런스(OOC)가 부산에서 진행되는 가운데, 해양보호구역 확대를 촉구하기 위한 해양 다큐멘터리 특별시사회가 열렸다.
그린피스는 제10차 OOC가 개막한 28일 오후, 부산 영화의전당 야외극장에서 해양 파괴의 심각성을 다룬 다큐멘터리 <씨그널> 특별시사회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번 특별시사회는 제42회 부산국제단편영화제와의 협업으로 진행됐으며 그린피스 후원자와 시민 600여명이 참여했다. 사회는 방송인 줄리안 퀸타르트와 최송현 전 아나운서가 맡았다.
이번 특별시사회는 제10차 OOC 참가국 정부 대표단에게 '30x30'의 법적 토대 마련을 촉구하고 개최국인 한국의 역할을 강조하기 위해 열렸다. 국제사회는 쿤밍-몬트리올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KMGBF)에서 2030년까지 공해 30%를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하겠다는 목표(30x30)를 세운 바 있다.
공해는 전 세계 바다의 3분의 2를 차지하지만 각국의 주권이 미치지 않는 영역이라 자원 남획 등으로 파괴가 심각하다. 최근에는 심해채굴 움직임까지 더해져 공해를 보호관리할 거버넌스 설립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재 공해 해양보호구역은 전체의 약 2%에 불과하며 한국의 해양보호구역 비율은 1.84% 수준이다.
그린피스는 이 같은 현실을 알리기 위해 다큐멘터리 전문제작사 보더레스랩, 수중 특수촬영전문 망그로브와 함께 세계 곳곳에서 위기에 처한 바다를 촬영했다. <씨그널>은 바다(Sea)가 전하는 마지막 신호(Signal) 라는 의미로 인도네시아의 농부, 호주의 수중사진작가, 한국의 제주해녀, 멕시코의 어민, 스페인의 바다소음 연구자 등이 출연한다.
김연하 그린피스 해양 캠페이너는 “제10차 OOC는 6월 개최되는 유엔 해양총회를 한 달 앞두고, 공해보호를 위한 글로벌 해양조약 발효를 국제사회에 강력히 촉구하는 중요한 기회”라며 “우리는 전 세계 바다 7곳의 스토리를 담은 다큐멘터리 상영을 통해 각국의 조약 비준을 이끌어내고자 한다”고 이번 특별시사회 취지를 설명했다.
이어 김 캠페이너는 “한국 정부가 진정한 해양보호 리더십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이번 OOC 개최국으로서 다른 국가들의 ‘글로벌 해양조약’(BBNJ, 국가관할권 이원 지역의 생물다양성 보전에 관한 협약) 비준을 독려하는 외교적 역할과 함께, 공해 해양보호구역 지정을 위한 실질적인 준비에 착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해양조약인 BBNJ 협정은 30x30의 법적 토대를 마련할 수 있는 국제 협약으로, 조약이 발효되려면 60개국 이상의 비준이 필요하다. 한국 정부는 지난 3월 동아시아 최초로 조약을 비준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비준한 국가는 21개 그쳐 더 많은 국가의 비준이 필요한 상황이다.
<씨그널>에 출연한 이유정 해녀는 “다큐멘터리에도 나오지만 바다 속에서 미역인 줄 알고 다가갔다가 그물이어서 발이 걸려서 위험한 적도 있다”며 “매년 비일비재하게 발생하는 해녀 인명사고는 해양쓰레기의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제가 해녀 할머니들처럼 50년, 70년 물질을 하지 않아서 '바다 어디가 변했어' 자신있게 말은 못하지만 백화현상이 한해 한해 심해지고 있는 것은 체감하고 있다”며 “해녀로 생을 마감하고 싶지만 제가 그만두기 전에 바다가 먼저 저를 은퇴시킬 것 같은 불안감을 느낀다. 그런 상황이 오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류한범 그린피스 인터내셔널 소속 항해사는 현장에서 목격한 이야기를 나눴다. 류 항해사는 “2017년부터 그린피스 항해사로 항해를 하면서 매우 많은 위험 신호를 목격해왔다”며 “가령 아르헨티나 인근 공해가 시작되는 지역에서는 밤에도 어선들의 불빛에 온 바다가 밝을 정도로, 전세계에서 수천 석의 어선들이 고기를 남획하고 있는 장면을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럼에도 부정적인 부분만 본 것은 아니었다. 지난해 갈라파고스 섬에서는 강력한 해양보호구역의 힘을 느꼈다"며 "갈라파고스 섬은 자연과 인간이 어떻게 공존하며 살아갈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모범답안과도 같은 곳이었다"고 기억했다. 갈라파고스 섬은 유네스코 자연문화유산으로 지정돼 개발이 엄격하게 제한되어 있다.
김남영 그린피스 시민참여 캠페이너는 “600여명의 시민들이 특별시사회에 참가했다. 이를 통해 해양보호구역과 해양보호에 대한 시민들의 높은 관심과 열망을 느낄 수 있었다”며 “위협받는 바다를 지켜달라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OOC 참가국 정부 대표단에게 가닿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그린피스는 2005년 유엔해양법협약에 따른 새로운 조약을 만들어 생물다양성을 지키고 공해상에 해양보호구역을 만들 것을 촉구하는 등 글로벌 해양조약의 초기 단계부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이후 20여개 국가에서 해양보호구역 지정 캠페인을 벌이고 있으며 한국에서는 지난 2019년부터 ‘2030년까지 전체 해양의 30% 이상을 보호구역으로 지정하자’는 글로벌 해양보전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캠페인을 이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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