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에 위치한 무우수갤러리에서 2025년 11월 26일(수)부터 12월 8일(월)까지 이영실 작가 기획초대전 <영축의 빛>이 개최된다. 이번 전시는 통도사와 영축산을 기반으로 작업해온 이영실 작가의 지난 10여 년의 수행적 삶과 예술적 탐구가 집약된 회화 세계를 선보인다.
전시 제목 ‘영축(靈鷲)’은 부처가 법화경을 설한 인도 영축산에서 비롯된 명칭으로, 통도사가 자리한 산의 이름이자 작가에게 예술적 근원의 장소이다. 부산 해운대에서 통도사까지 매일 왕복하며 작업한 작가의 여정은 단순한 일상의 이동을 넘어 수행의 길이자 깊이 있는 예술적 명상이었다. 약사(藥師)로 시작해 치유의 삶을 살아온 그는 옻칠을 매개로 회화적 치유의 영역을 확장하며 삶, 수행, 그리고 예술의 일치를 구현해왔다.
이번 전시는 두 개의 주제인 ‘영축’과 ‘책가도’로 구성된다. 작가는 불교적 상징과 민화적 조형성을 옻칠의 물성과 결합해 현대적 회화로 재해석하는 독자적인 세계를 창조한다. 영축 연작에서는 통도사와 서운암의 풍경, 극락보전의 반야용선 등 불교적 형상이 자연의 이미지와 결합되어 내면의 깨달음의 공간으로 확장된다. 반면 ‘책가도’ 시리즈는 전통 민화의 소망과 기원을 현대인의 내면세계로 전환하며, 옻칠을 통한 깊이 있는 색층과 투명한 광택을 통해 명상의 공간처럼 구성된다. 이는 학문과 수행, 일상과 깨달음이 공존하는 현대적 사유의 장으로 제시된다.
평론가 변길현(광주시립미술관 하정웅미술관장)은 이영실의 작업을 “옻칠의 숨결로 피워낸 수행의 회화”로 정의하고 있다. 옻칠이라는 전통 재료의 중층성과 인내, 호흡이 작가의 삶과 수행 태도와 겹쳐지며 ‘선예(禪藝)의 정신’을 완성시킨다. 또한, 옻칠의 깊고 투명한 색층은 단순한 장식성을 넘어 마음의 흔적과 사유가 스며든 정신적 조형성의 결과로 읽힌다. 민화적 모티프는 전통의 재현을 넘어 현대인의 내면을 비추는 명상의 창으로 재해석된다.
작가노트에서 이영실은 영축산을 “작업의 터전이자 일상의 숨결”로 언급하며, 수천 년 동안 이어져 온 통도사의 기도와 자신의 삶이 겹쳐지는 지점을 고백한다. 부산과 통도사를 매일 오가는 여정, 그리고 가족과 세대의 기억을 떠올리며 자신의 작업이 결국 ‘기도의 연속성’ 위에 놓여 있음을 밝혀낸다. 영축산과 통도사에 축적된 수많은 기도의 시간, 그리고 자신의 할머니와 어머니에게서 이어진 마음의 유산이 오늘의 작업 흐름에 닿아 있음을 고백하는 이번 전시는 그 내면적 흐름을 시각화한 결과물이기도 하다.
무우수갤러리 이영실 기획초대전 <영축의 빛>은 옻칠 회화의 깊이와 불교적 사유, 민화의 상징적 세계가 하나로 어우러지는 자리이며, 전통과 현대, 수행과 예술의 경계를 가로지르는 작가의 독자적 미학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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