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겨울

입력 2026년02월10일 08시52분 박정현 조회수 129

(오늘따라 나의 어머니가 사무치게 보고 싶다)

어머니의 겨울

수필 (권곡眷榖) 박정현 

어머니는 오래 입던 스웨터를 쉽게 버리지 못하셨다. 남이 보기엔 낡은 옷이었지만, 어머니에게 그것은 시간과 정이 엮인 한 벌의 계절이었다. 어느 겨울 저녁, 어머니는 그 스웨터를 조용히 풀기 시작하셨다. 실이 풀릴 때마다 옷의 형태는 사라졌지만, 대신 새로운 쓰임이 태어나고 있었다. 장갑이었다. 자식들의 손이 시릴까 염려한 마음이 한 코 한 코 실에 매달려 엮여 들어갔다.

바늘이 오가는 동안 어머니의 손끝은 분주했지만 얼굴은 고요했다. 말없이 뜨개질을 하던 그 시간은 마치 기도와도 같았다. 우리는 그저 새 장갑이 생긴 것을 반가워했지, 그 안에 담긴 수고와 마음의 깊이는 헤아리지 못했다. 따뜻하다고만 느꼈지, 무엇이 우리를 덥히는지는 알지 못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장갑의 온기는 털실에서 나온 것이 아니었다. 자식의 겨울을 대신 맞아 주려는 어머니의 마음, 당신의 추위는 안으로 접어 넣고 우리의 손부터 감싸던 사랑의 체온이었다. 당신은 늘 그렇게 자신의 것을 풀어 우리를 덮어 주셨다. 옷을 풀어 장갑을 만들듯, 시간을 풀어 하루를 내어 주고, 삶을 풀어 길을 놓아 주셨다.

철이 들고 나서야 알게 된다. 우리가 끼던 따뜻함이 어머니의 겨울이었다는 것을. 우리는 보호받는 동안 그 의미를 모른 채 자랐고, 그 겨울이 얼마나 깊고 길었는지 뒤늦게 깨닫는다.

오늘따라 문득, 그 장갑의 감촉이 떠오른다. 거칠지 않고, 두껍지 않아도 오래 따뜻했던 기억. 그리고 그 장갑을 뜨던 어머니의 손. 지금은 그 손을 다시 잡고 싶다. 아무 말 없이, 오래. 오래.

(오늘따라 나의 어머니가 사무치게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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