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嘉中 fictiot ‘遺棄의 텍사스 촬영’

입력 2026년03월11일 11시08분 김가중 조회수 296

Fantasy work docent: 사라지는 것의 기록은 불멸의 예술이다.

(누드작품들은 한국사진방송-보물창고에 넣어 둡니다.)

 

 

군대를 다녀온 사람들 사이에는 그쪽으로는 오줌도 안 눈다는 말이 있다. 다시는 그곳을 떠올리고 싶지 않다는 뜻일 것이다. 좆뺑이 친 기억을 되새기고 싶은 사람은 없으니까.

 

나 역시 그곳을 두 번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았다. 그곳에서의 내 삶은 삶이라고 부르기 어려웠다. 짐승도 그보다는 나았을 것이다. 하지만 언젠가 역사 뒤편으로 영원히 사라져 버릴 그곳이, 카메라에 아카이브 되지 않은 채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나를 붙잡았다. 몇 날 며칠을 잠을 설치며 상념 속으로 젖어 들어갔다. 오래된 기억들이 머릿속에서 눅눅하게 부풀어 올랐다.

 

나는 잠시 파리에 똥침을 놓다를 덮고 카메라를 챙겨 집을 나섰다.

정말 내키지 않았지만, 지금 가지 않으면 영원히 후회할 것 같았다. 결국 용기를 냈다. 慈旨를 앞세워 그곳으로 향했다. 길음역 근처의 그곳. 왜 그런 이름이 붙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사람들은 거기를 미아리텍사스라고 불렀다. 588은 이미 몇 년 전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고, 이곳 역시 오늘 이후면 흔적조차 남지 않을 것이다.

 

알 수 없는 게 하나 있다.

매춘법 때문에 없어져야 할 곳이라던데, 어째서 여전히 남아 있었는지 도무지 모르겠다.

어느 날 우리는 우르르 거리로 쏟아져 나갔다. 매춘법이란 것이 만들어져 이곳이 없어진다니 우리들의 앞길이 막막해졌기 때문이다.

 

우리도 엄연한 직업여성이다!”

직업을 보장하라!”

젊고 아리따운 여성들이 여의도 한복판에서 아주 열렬히 시위를 했다. 나 역시 한 귀퉁이에 고개를 푹 숙인 채 앉아 있었다. 언니 하나가 확성기를 잡았다.

 

노병은 죽지 않는다!”

목소리가 여의도 빌딩 사이로 튕겨 나갔다. 하지만 그 말이 어디로 갔는지는 아무도 몰랐다.

빌딩 유리창에 부딪혀 산산이 부서져 장렬하게 사라졌을 것이다.

 

혹시 전태일 열사처럼 역사에 남아 보려고 그러는 거 아냐?”

, 그럴 수도 있겠지. 물론 나는 그런 거 전혀 몰랐다. 솔직히 말해서 나 같은 사람은 역사의식이니 이념이니 하는 건 하나도 몰랐다. 그냥 언니들이 까라면 까야 되었을 뿐이다.

앞에 나란히!” “앉아!” 하면 길바닥에 줄지어 앉았다. 그리고 구호만 목청껏 외쳤다.

원래는 누드 시위까지 할 계획이었다는데결국 그건 뜻대로 못 했다. 마스크에 시커멓게 X를 그리고 며칠 동안 거리를 맴돌았다.

 

아가씨들이 내 뿜는 담배 연기 사이로 사람들 얼굴이 희미하게 흔들렸다. 회사원처럼 보이는 남자들이 멀찍이 서서 우리를 구경하고 있었다. 어떤 사람은 피식 웃었고, 어떤 사람은 사진을 찍었다. 어떤 사람은 고개를 저었다. 저 사람들 중 몇 명은 밤에 우리 골목에 왔던 사람들이 아닐까. 물론 알 수 없는 일이다.

 

땅거미가 내려앉자 우리는 다시 골목으로 돌아왔다.

네온사인은 여전히 켜져 있었고, 좁은 방들에서 텔레비전 소리가 흘러나왔다. 다들 평소처럼 화장을 고치고, 머리를 빗고, 문 앞에 섰다.

 

결국 똑같네.” 누군가 담배 연기를 뿜어 고리를 만들어 하늘로 올려보냈다.

신문에는 작은 기사 하나가 실렸다.

살기 위한 몸부림, 집창촌 여성들 시위.’

그게 전부였다.

 

************

하얀색의 높은 담이 파란 하늘과 맞닿아 있다. 벽에는

미아리 집결지 폐쇄에 따른 여성 인권보호 자립지원금 신청하세요!”

라고 크게 적힌 현수막이 바람에 나부끼며 바스락거린다.

 

그 높은 울타리는 끝없이 길게 뻗어 소실점을 이루고 있었다. 어쩌다 난 작은 구멍으로 안을 들여다보니 이미 철거가 진행된 뒤였다. 깨진 시멘트 덩어리들이 햇빛을 받아 희뿌옇게 빛나고, 먼지가 바람에 실려 느릿하게 떠다닌다. 코끝에는 오래된 콘크리트와 젖은 흙이 뒤섞인 냄새가 희미하게 스며든다.

 

아뿔싸, 한발 늦었구나.”

 

나는 울타리를 따라 천천히 걸었다. 발밑에서 자잘한 자갈이 사각사각 소리를 냈다. 때에 절은 가림막이 바람에 살짝 흔들리고, 낡은 천이 서로 스치며 낮게 긁히는 소리를 냈다. 가림막 위에는 미성년자 출입금지라고 적힌 종이가 테이프에 겨우 붙어 바르르 떨리고 있었다.

 

가림막 안쪽은 몹시 지저분하고 어지러웠다. 어디선가 금속이 부딪는 둔탁한 소리가 울리고, 철거 기계가 멈춘 뒤 남은 듯한 기름 냄새가 공기 속에 묵직하게 남아 있었다. 바람이 한번 스칠 때마다 먼지가 일어나 목이 조금 따끔거렸다. 하지만 아직 철거가 완전히 끝난 것 같지는 않았다.

 

비집고 들어간 그 거리는, 진짜 처참 그 자체였다.“아니, 이런 데서 사람이 살았다고?” 내가 살던 곳인데 도무지 실감이 나질 않았다. 내가 머물며 짐승들을 상대하던 그 업소와 그 방은 어딘지 감도 오지 않았다. 이미 90%가량 철거가 진행되었고 남은 곳이 조금이기 때문일 것이다. 전쟁터 폭격 맞고 무너진 동네도 여기만큼 을씨년스럽진 않을 것 같다. 좁디좁은 골목에는 판초보다 조금 큰 비닐막이 줄줄이 쳐져 있고, 그 안에는 의자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 있다. 그 비닐 막엔 아낙네들이 하나씩 지키고 있는데, 느낌이 딱 굶주린 하이에나다. 눈은 또 왜 그렇게 번쩍번쩍한지, 골목을 지나가는 사람을 거의 사냥감 보듯이 스캔한다.

저기요, 잠깐만요~”“어머 총각, 어디 가요?”“이쪽이 더 따뜻해요~” 이런 식이다.

이곳에 잘못 발을 들인 가엾은 짐승들은 거의 파리지옥에 빠진 벌레 신세다. 아무리 버둥거려도 그 여자들 손아귀에서 빠져나오기란거의 불가능.

삐거덕거리는 유리문을 열고 들어가면 또 기가 막히다. 안은 사방이 거울의 방이다.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이 너무 황당해서 내가 지금 뭐 하는 거지?” 하고 갑자기 머쓱해져서 반항할 기력도 사라진다.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면이건 뭐 도스 하우스보다 더 좁은 방들이 칸칸이 벌집처럼 나뉘어 있다. 길이는 2미터, 너비는 1미터도 안 되는 정말 숨 막히게 작은 방.

그 안에는 아가씨들이 마치 벌집 속 애벌레처럼 한 명씩 들어 있었다.

이제 아가씨들의 차례다.

그 좁은 공간으로 밀려 들어온 사내들을 능숙하게 요리(?)해서 순식간에 자기 방으로 쏙 집어넣는다.이쯤 되면 남자들은? 나 방금 먹힌 건가?”하고 뒤늦게 깨닫게 된다.

 

이 거리는 늘 어둡고 눅눅했다. 낡은 간판들이 비틀린 채 매달려 있고, 가게 앞에 늘어진 붉은 전등은 희미하게 깜박였다. 술 냄새와 오래된 담배 연기, 그리고 어디선가 스며 나오는 곰팡냄새가 섞여 거리는 늘 탁한 공기에 잠겨 있었다.

 

이 거리가 왁자지껄 부산해지며 비로소 사람 사는 냄새가 나던 때도 있었다.

이 거리는 완전히 다른 얼굴을 보여 주곤 했다. 그때가 바로 이곳의 가장 큰 축제였다.

 

총각딱지떼기

가까운 곳에 있는 유명 대학의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마지막 프로그램이 항상 이 거리에서 진행되었다. 그 유명 대학교에 입학을 한 이상 절대 피할 수 없는 일종의 통과의례였다. 누가 정한 것도 아닌데 오래전부터 내려오는 불문율 같은 것이었다. 거창하고 위대하고 아름다운 의식이었다. 청춘의 한가운데를 관통하는 낭만의 정점이었다. 젊음의 꽃이 활짝 만개한 화려한 절정이었다. 모든 종교와 종파를 넘어선 가장 완벽하게 성스러운 신앙이었다.

 

해가 완전히 지고 밤공기가 조금 서늘해질 즈음이면, 골목 입구에서부터 왁자지껄한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대학 정문을 갓 들어선 어린 청년들이었다.

 

우리는 가게 안에서 서로 눈짓을 주고받았다.

오늘은 장사가 되는 날이었다.

 

평소 이 골목에 드나드는 사람들은 대개 거칠었다. 외국인 노동자들도 많았고, 술에 절어 들어오는 취객들도 많았다. 외국인 노동자들의 몸에서 풍겨 나오는 그 나라 특유의 냄새는, 솔직히 말하면 익숙해지기 어려운 신묘한 냄새였다. 향신료 냄새 같기도 하고, 오래된 기름 냄새 같기도 했다. 그렇다고 내국인이라고 다 나은 것도 아니었다. 노숙자와 진배없는 몰골로 들어와 고함을 지르거나, 술에 취해 몸을 제대로 가누지도 못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런 사람들을 상대하기보단 차라리 짐승을 상대하는 편이 더 낫지 않을까. 짐승은 적어도 이유 없이 화를 내지는 않으니까.

 

하지만 그날 밤만큼은 달랐다.

골목으로 들어서는 신입생들의 얼굴은 모두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술 때문이 아니라 긴장 때문이었다. 볼이 발갛게 달아오른 채 서로 등을 떠밀며 웃기도 하고, 또 괜히 허세를 부리며 큰소리를 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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