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법 약화·시민사회 탄압 확산…“2026년, 인권의 갈림길”
● 한국은 ‘민주주의 회복 이후 이행기’...북한은 억압 구조 심화
● 딥페이크·임신중지·기업 책무까지…한국 인권 과제 ‘확대’
▲국제앰네스티 ‘2025 세계 인권 현황 보고서’
국제앰네스티는 21일 ‘2025 세계 인권 현황 보고서’를 발표하고, 전 세계적으로 국제법과 인권 질서가 약화되는 가운데 한국은 민주주의 회복 이후에도 인권 과제가 지속되는 ‘이행기’에 놓여 있다고 밝혔다.
144개국 인권 상황을 분석한 이번 보고서는 국가와 기업, 반인권 세력의 영향으로 국제 규범과 책임 체계가 훼손되며 ‘반인권 세계질서’가 확산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아녜스 칼라마르(Agnès Callamard) 국제앰네스티 사무총장은 “현재는 인류가 직면한 중대한 전환점”이라며 “일부 정부와 초국적 세력이 불법적인 군사 행동과 경제적 압박을 통해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중동 지역 분쟁을 대표 사례로 제시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국제법을 위반한 군사 공격과 이란의 대응이 이어지며 민간인과 민간 기반시설 피해가 확대되고 있고, 그 여파가 지역을 넘어 확산되고 있다고 밝혔다. 또 국제형사재판소(ICC) 등 국제 사법체계가 약화되면서 국제적 책임 규명 기능이 흔들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 세계적으로 시민사회에 대한 제약도 강화되는 추세다. 여러 국가에서 시위 진압 과정에서 과도한 무력이 사용됐고, 반테러법 등을 통한 표현의 자유 제한과 인권 활동가 처벌 사례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시 기술과 인공지능이 시위 통제 수단으로 활용되는 경향도 확대됐으며, 국제 원조 축소와 기업 권력 강화 역시 인권 보호 기반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한국의 인권 상황에 대해 보고서는 “민주주의 회복과 인권 과제가 교차하는 이행기”로 평가했다. 2024년 인권 상황을 다룬 전년도 보고서가 계엄령 선포와 탄핵 등 정치적 위기에 초점을 맞췄다면, 올해는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과 정권 교체, 후속 수사 등 제도적 대응이 주요 변화로 분석됐다.
다만 이러한 변화가 인권 개선으로 직결되지는 않았다고 지적했다. 장애인 권리 활동가의 평화적 집회가 처벌된 사례가 있었고, 집회의 자유 제한 관행도 이어진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사법부가 집회 신고 절차를 완화하는 판결을 내리는 등 일부 긍정적 변화도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기후 대응에서는 감축 목표 유지와 관련 부처 신설이 이뤄졌지만 국제 권고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동시에 산불과 폭염 등 기후 재난이 발생하며 기후 문제가 인권과 직결된 사안으로 부각됐다고 밝혔다.
젠더 기반 폭력 대응에서는 딥페이크 성착취물 관련 법 개정이 이뤄졌지만 법 집행과 피해자 보호는 여전히 미흡한 것으로 평가됐다. 또 임신중지 비범죄화 법안 발의와 법적 성별 정정 판결 등을 계기로 성과 재생산 권리와 성소수자(LGBTI) 권리 논의가 확대됐으며, 차별과 혐오 표현 증가, 양심적 병역거부, 기업 인권 책임 문제도 주요 쟁점으로 제시됐다.
조희경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사무처장은 “민주주의 회복이 인권 개선으로 이어지도록 제도적 변화의 실질적 이행이 필요하다”며 “한국지부는 2026년 디지털 성폭력 대응, 임신중지, 기업 책무, 북한 인권 등을 주요 캠페인 의제로 설정하고 지지자들과 함께 인권 옹호 활동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전반적인 통제 체제가 유지되는 가운데 억압 구조가 보다 구체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당국은 법률과 감시 체계를 통해 외부 정보 유입을 차단하고 있으며, 외국 콘텐츠 유포를 이유로 처형이 이뤄진 사례도 확인됐다.
정치범수용소 운영과 고문, 강제노동은 계속되고 있으며, 사형 역시 국제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범죄에까지 적용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 이동의 자유 제한, 장애인 인권 문제, 탈북민 강제송환 위험 등이 주요 의제로 새롭게 부각됐다. 국제앰네스티는 북한 사회에 대해 “일상 전반에 걸친 감시 체계가 작동하는 구조”라고 평가했다.
이어 국제앰네스티는 전 세계적으로 시민사회와 국제기구의 저항과 대응이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2025년 한 해 동안 인도네시아, 케냐, 모로코, 네팔, 페루 등 10여 개국에서 청년층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시위가 확산됐으며, 2026년 초에도 미국 전역에서는 이민 단속에 반대하는 시위가 이어졌다.
또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에 반대하는 국제적 연대 행동이 확대되며 40여 개국 인도주의 활동가들이 연대 항해를 조직했고, 국제 사법과 책임성 확보를 위한 움직임도 지속됐다. 필리핀은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대통령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인도했으며, 탈레반 지도부에 대한 체포영장이 발부됐다. 유엔 인권이사회는 아프가니스탄과 콩고민주공화국 등에 대한 조사 메커니즘을 강화했고, 기후 위기 대응과 관련한 국제법적 판단도 이어졌다.
국제앰네스티는 “2025년은 전 세계 시민과 활동가, 정치 지도자들이 연대와 저항을 보여준 해였다”며 “2026년은 우리가 역사의 방향을 결정하는 해가 돼야 한다. 인권 질서가 후퇴할지 재정립될지를 가르는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고서 전문은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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