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인사동 무우수갤러리가 오는 7월 15일부터 8월 3일까지 전호태 옻칠역사화 초대전 《낙원 가는 길》을 개최한다. 전호태 작가는 고구려 고분벽화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역사학자로, 반구대 암각화를 비롯한 한국 고대의 역사와 미술, 문화를 오랜 시간 연구해 오며 그 성과를 어린이 교양서부터 전문 연구서까지 다양한 저술로 풀어내왔다. 이번 전시는 그 오랜 연구가 화폭으로 옮겨온 자리다.
전호태 작가는 우리 신화와 역사에 담긴 이야기, 그리고 삼국유사 같은 옛 기록의 문장을 옻칠화로 그려낸다. 오랫동안 고분벽화의 복원과 재현에 매진해 온 작가가, 이번 전시에서는 복원에서 한 걸음 비켜나 재해석과 창작의 세계로 들어섰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전시 제목 《낙원 가는 길》은 낙원을 그리거나 그곳에 이르는 길을 안내하지 않는다. 오히려 옛사람들이 상상한 낙원은 어떤 곳이었는지, 그 낙원으로 가기 위해 그들이 어떤 꿈을 품고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를 되묻는다.
이번에 선보이는 작품들은 대부분 삼국유사의 기록에서 출발한다. 곡옥의 형상으로 태어나는 신라 김알지 신화, 해와 달의 정기가 된 연오랑·세오녀, 신선이 되기를 꿈꾼 신라 경문왕, 보살의 경지에 이른 사복, 그리고 동해 용왕의 아들 처용의 출현까지 다양하다. 작가는 신화와 설화 속 인물들을 반구대 암각화의 고래, 천마총의 신라식 용, 고구려 무용총 벽화의 신선 같은 실제 유물·유적의 형상과 엮어 화면에 되살린다. 몽골 청동기시대 유적을 그린 사슴돌 시리즈처럼, 시선을 동아시아로 넓힌 작품들도 함께 만날 수 있다.
서예가이기도 한 작가는 전서·예서·해서·행서 등 여러 서체로 옮긴 삼국유사의 기록이나 도연명의 「도화원기」 같은 문장을 그림과 나란히 배치한다. 글과 그림이 한 화면에서 조응하는 이 작업은, 문인화의 현대적 변주라 할 만하다. 40여 년간 오직 그림을 읽고 해석해 온 학자가, 이제 그 축적을 자신의 붓과 옻칠로 풀어내는 셈이다.
역사 기록을 눈으로 확인하는 자료가 아니라 마음으로 상상하는 이야기로 바꾸어 놓는 것이 바로 전호태의 옻칠역사화가 지닌 힘이다. 낙원을 꿈꾸었던 옛사람들의 마음을 따라가는 이번 전시가, 관람객에게도 저마다의 낙원 가는 길을 그려보는 시간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