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공항 진입도로에서 만난 조형물 〈하늘을 걷다〉. 구름과 어우러진 모습이 한눈에 시선을 붙잡았다.
사진을 막 배우며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설레던 무렵이었다.
인천공항 하늘정원으로 사진을 찍으러 가던 어느 날, 공항으로 향하는 도로를 달리다
차창 밖으로 거대한 조형물이 눈에 들어왔다.
그날은 유난히 하늘이 아름다웠다. 푸른 하늘을 가득 메운 커다란 구름들이 끊임없이 흘러가고 있었고
여행가방을 끌고 어디론가 향하는 듯한 두 사람의 거대한 형상과 구름이 어우러진 모습은 단숨에 내 시선을 붙잡았다.
‘저 장면을 꼭 찍고 싶다.’
그때 내 마음에는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은 없었다.
사진에 푹 빠져 있던 시절이라 오직 저 장면을 카메라에 담고 싶다는 마음뿐이었다.
마음에 꽂힌 장면을 그냥 지나치는 것이 오히려 더 어려웠다.
차들이 빠르게 달리는 공항 진입도로였고 마땅히 차를 세울 만한 공간조차 거의 없었다.
지금 생각하면 위험한 일이었지만 그때는 무서운 줄도 몰랐다.
차를 세우고 카메라를 들어 하늘을 가득 채운 구름과 거대한 조형물을 한 화면에 담았다.
내 눈과 마음에 들어온 그 장면을 놓치지 않고 사진으로 남겼다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지금이라면 차들이 씽씽 달리는 그 길에서 무서워서 다시는 그렇게 찍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인지 이 한 장이 지금은 더욱 특별하게 다가온다.
세월이 흐른 뒤에야 사진 속 조형물의 이름이 **〈하늘을 걷다〉**라는 것도 알게 됐다.
이종경·박종빈·최종원 작가의 작품으로 2017년 설치됐으며, 실제 인체보다 약 10배 크게 제작된 작품이다.
인천국제공항은 공항을 일상과 비일상이 공존하는 경계의 장소로 바라보고, 현실의 공간에서
‘여행이라는 상상의 공간’으로 들어서는 관문이라는 메시지를 담은 작품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작품의 뜻을 알고 다시 사진을 바라보니 묘한 느낌이 든다.
그때는 오직 사진에 빠져 미처 느끼지 못했던 감정이, 세월이 흐른 지금
이 사진을 바라보고 있으면 새삼 마음속으로 스며든다.
구름 가득한 푸른 하늘 아래 여행가방을 끌고 앞으로 나아가는 거대한 형상.
이제야 그 모습이 어딘가 낯선 곳으로 떠나는 사람처럼 보이고,
사진을 바라보는 내 마음에도 문득 여행이라는 두 글자가 떠오른다.
같은 사진인데도 그때 바라본 마음과 지금 바라보는 마음이 다르다.
그때의 나는 여행보다 사진이 좋았고, 지금의 나는 같은 사진 속에서 전혀 다른 마음을 읽고 있다.
어쩌면 사진은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무엇을 알고 찍기 전에 마음이 먼저 반응하고 설명할 수 없는 끌림이 먼저 셔터를 누르게 하는 것.
그리고 세월이 흐른 뒤 다시 꺼내 보았을 때, 그때는 보이지 않았던 또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그날 나는 여행을 떠나고 싶어 차를 세운 것이 아니었다. 오직 저 장면을 카메라에 담고 싶었다.
그렇게 붙잡아 둔 한 장의 사진이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 비로소 내게 여행의 설렘을 건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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