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란, 고령이나 노인성 질병 등으로 일상생활을 혼자서 수행하기 어려운 노인이 소정의 등급판정절차를 걸쳐 요양필요정도를 점수화한 등급을 인정받게 되면, 노인요양시설이나 자택에서 요양보호사가 제공하는 요양서비스를 수급할 수 있는 제도이다. 그런데 요양등급판정의 기준이 일상생활 수행에 맞추어져 있어 인지기능보다는 심신 기능상태가 더 고려된 결과, 치매노인은 필요한 요양서비스를 제대로 제공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기존의 3등급(요양점수 51점 이상 75점 미만)은 점수 구간이 넓어 동일 등급 내에서도 신체기능상태의 격차가 크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지난 7월 1일부터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의 요양인정등급 중 기존의 3등급을 3-4등급으로 나누어 서비스 이용한도액을 구분하고, 치매특별등급인 5등급을 새롭게 도입하였다. 치매특별등급의 도입은 전반적으로 바람직한 제도개선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으나, 아직 미흡한 측면들도 발견되고 있고, 다양한 개선과제가 남아있는 만큼 이에 대해 살펴보기로 한다.
2. 치매특별등급 도입 현황
이전에는 가장 요양점수가 높은 1등급부터 3등급까지만 노인장기요양서비스를 받을 수 있었다. 그 대신 등급외자 A/B 판정을 받은 노인들 중 가구 소득이 전국가구 평균소득의 150% 이하인 자는 노인돌봄종합서비스1)를 바우처 방식으로 수급하여 왔다. 그러나 이제는 3등급에서 세분화되어 나뉜 4등급은 물론이고, 등급외자 A중에서 치매진 단소견서2)를 발급받아 치매특별등급인 5등급 판정을 받게 되면 장기요양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이로써 심신 기능 상태가
상대적으로 양호한 경증의 치매노인이 새롭게 장기요양보험제도의 서비스 대상자로 포함된 것이다.
치매특별등급 인정자에게는 기존의 요양서비스와는 달리 인지활동형 프로그램3)만 제공된다. 이 프로그램은 주ㆍ야간보호시설에서 이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접근성 등 다양한 사유로 인해 주ㆍ야간보호시설을 이용할 수 없는 경우에 한하여 재가에서 주3회 이상 1회 최대 2시간 인지활동형 방문요양서비스를 이용하고, 방문간호서비스를 월 1회 이상 이용하도록 의무화하였다. 치매특별등급 해당자가 주ㆍ야간보호시설 을 이용할 경우에는 1일 8시간씩 최대 22일 간, 인지활동형 방문요양서비스를 이용할 경우에는 1일 2시간씩 최대 26일 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치매특별등급의 월 서비스 이용한도액은 766,600원이고, 본인부담금은 월 이용액의 15%이기 때문에 최대 115,000원의 비용 치매특별등급 인정자에게 제공되는 인지활동형 프로그램을 위하여 기존의 요양보호사는 19과목 80시간, 시설장은 프로그램관리자 자격으로 22과목 88시간의 교육을
새롭게 추가로 받도록 하였다. 그런데 2014년 12월 기준, 전체 교육시간의 약 50% 즉, 요양보호사는 40시간,프로그램 관리자는 48시간의 교육만이 국
민건강보험공단의 주관 하에 이루어진 상태다.5) 그 밖에 방문간호 인력인 방문간호사와 방문간호조무사를 대상으로 간호협회가 주관한 교육이 실시되었다. 아직 나머지 50%의 교육이 이루어지지 못한 상황이고, 2차년도인 2015년에 추가로 이루어질 예정이긴 하지만 아직 구체적인 일정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다.
3. 치매특별등급 도입에 따른 문제점
첫째, 치매특별등급에 제공되는 서비스와 수급자가 원하는 서비스 간에 격차가 있어, 수급 대상자가 해당 서비스를 원치 않는 상황이 발생되고 있다. 치매특별등급 도입의 기본 취지는 경증의 치매노인이 인지활동형 프로그램을 통해 일상생활을 자립적으로 유지해 나갈 수 있도록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데에 있다. 그러나 기존의 장기요양서비스가 주로 가사지원 위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서비스 1) 가사ㆍ활동지원 또는 주간보호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2) 이 때 치매진단소견서 발급 자격은 의사 또는 한의사로서, 보건복지부 지정 6시간 필수교육을 이수한 경우와 치매전문의사교육을 이수한 경우, 정신건강의학과 및 신경과 전문의로서 1시간 필수교육을 이수한 경우, 한방신경정신과 전문의로서 일정시간 필수교육을 이수한 경우에만 주어진다. 2014년 10월 31일 기준, 교육이수자는 7,497개 의료기관에 종사하는 12,528명이다.
3) 기억력 향상을 위한 워크북 교육, 회상훈련, 수단적 일상생활 함께하기(장보기, 전화하기 등) 등
4) 기존의 요양서비스와 마찬가지로 기초생활수급자는 본인부담이 무료이고, 의료급여수급자 등 저소득층은 본인부담이 50% 감면된다.
5) 요양시설 및 재가요양시설 등에서 추천 선발된 9,552명의 요양보호사들과 시설장 4,480명이 1차년도 교육을 받았다. 활동 중인 요양보호사들 중 극히 일부분만 교육을 받은 상황이다.
수급자는 이의 연장선상에서 치매특별등급 서비스를 이해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 결과 등급외 A판정을 받고 노인돌봄종합서비스를 통해 가사지원을 받던 경증치매노인들은 장기요양 5등급으로 전환되면 가사 지원은 없이 인지활동 프로그램만 제공되는 것에 불만을 제기하거나, 이를 이유로 기존의 노인돌봄종합서비스 수급자로 머물러 있으려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6)
현재의 지침으로는 5등급 전환을 강제할 수도 없는 상황이므로, 치매특별등급의 도입이 무용지물로 전락할 우려도 제기된다.7) 그런데 만약 치매특별등급 수급자들에게 인지활동 프로그램과 가사지원을 모두 제공하게 될 경우, 4등급 이상의 판정을 받고 가사지원서비스만 수급하는 경증치매노인들은 5등급의 인지활동 프로그램을 동시에 이용할 수 없기 때문에 또 다른 형평성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
둘째, 인지활동 프로그램을 제공해주는 요양보호사들이 아직 교육 커리큘럼을 수료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서비스가 제공되는 것도 문제다. 2차년도 교육과정까지 80시간을 모두 이수해야만 인지활동 프로그램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인지자극활동, 일상생활기능 증진, 운동 및 일과관리 등과 관련된 실습과정을 두루 거칠 수 있으나, 현재는 1차년도 40시간 교육만 이수한 요양보호사들이 서비스 제공인력으로 투입되고 있다. 치매는 다양한 원인에 의한 인지장애로서 의학적인 치료와 전문적인 보살핌이 동시에 요구되는 질환이다. 치매특별등급은 경증치매노인이 인지 활동형 프로그램을 통해 자립생활이 가능해 질 수 있다는 전제 하에서 도입된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전문적인 요양서비스가 제공되어져야 한다. 그런데 서비스 제공인력에 대한 교육 커리큘럼은 아직 그 효과성이 검증되지 않은 상황이고, 시범적인 운영 단계로 보인다. 이미 제공된 40시간의 교육은 이론 31시간 실습 9시간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현장에서는 해당 교육을 받은 요양보호사가 인지활동형 프로그램을 치매 노인에게 제공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많다.8) 수업이 이론위주로 이루어져 방문요양을 통한 서비스 제공과정에서 능숙한 진행이 어렵다는 점도 있고, 지정된 워크북교재9)로 1회 2시간씩 기억력 향상과 회상훈련을 제공한 결과로부터 가시적 효과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도 들 수 있다.10) 더불어 현행 요양보호사가 80시간 교육을 이수한다고 하여 치매전문 요양인력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하며, 작업치료사 등 기존 치매관리사업의 인력인프라와 요양보호사 간의 역할 정립의 문제도 새롭게 제기될 수 있다.
6) 서비스가 시작된 지 3개월이 지난 2014년 9월말 기준, 치매특별등급 인정을 받은 경우는 총6,383명이지만, 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우는 542명으로, 새로운 제도로의 진입자는 전체 대상자의 약 8.5%에 불과하다. 경증치매증상이 있어도 이를 등급평가 조사과정에서 공단관계자에게 알리지 않는 경우가 자주 목격되고 있다.
7) 국민건강보험공단 워크숍(2014. 11. 25)에서 관계자들과의 토론과정에서 제기되었다.
8) 현장조사 면담자료(2014. 11. 4)
9) 해당 교재는 건강보험공단에서 제공하고, 재가서비스기관에서 무료로 다운받아 사용하고 있다.
10) 치매특별등급을 위한 전문 복지용구도 아직 지정되어 있지 않아 향후 이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복지용구 관계자 면담자료(2014. 11. 7)
셋째, 치매특별등급 프로그램의 제도적 효과를 위해 필요한 시설인프라인 주ㆍ야간 보호시설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문제도 있다. 2014년 9월 말 기준, 차량 송영서비스가 가능한 3등급 이하 수급자수가 약 30만 명에 육박한 상황에서, 주ㆍ야간보호시설은 전국에 1,605개소이고, 정원은 28,549명에 불과하다. 치매특별등급 도입으로 대상자는 계속 늘어나는데, 소규모 주ㆍ야간보호시설은 운영상 수익이 나지 않아 민간의 참여가 저조한 관계로 인프라의 증가를 기대하기 어려운상황이다. 치매환자의 특성상 송영서비스 1시간(왕복기준) 이내의 거리에 설치되어야 하다 보니, 시설에서 먼 곳에 거주하는 노인들의 경우는 접근성의 문제가 발생되고, 가족들은 노인의 시설입소냐 가내보호냐 둘 중 하나만을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있다.
넷째, 기존의 치매관리사업과 장기요양보험 치매특별등급 도입이 상호연계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도 문제다. 아직 보건복지부의 치매관리사업 소관부서와 노인요양보험제도의 소관 부서간의 업무협조는 발견되지 않고 있다. 예컨대, 「치매관리법 시행규칙」 제2조제1호에 따른 치매관련 교육의 대상에 치매진단소견서 발급을 위한 의사 또는 한의사, 그리고 기존의 요양보호사 등이 포함되는지 여부 등이 분명하지 않다. 게다가 올 해는 건강보험공단이 치매특별등급을 위한 요양보호사 교육을 주관하여 실시하였으나, 아직 이에 대한 법적 근거도 마련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제도시행 일정에 맞추느라 임시방편으로 맡아 추진한 것으로 파악되었다.
4. 향후 과제
첫째, 치매특별등급에 특화된 인지활동 프로그램의 도입이 기존의 가사지원 서비스를 넘어서 요양서비스의 전문성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으려면, 그 취지를 서비스 관련자 전체를 대상으로 꾸준히 홍보해 나가야 한다.
둘째, 2차년도 치매교육 커리큘럼이 1차년도 교육 수료자들을 대상으로 시급히 제공되어 정규 교육시간을 모두 수료한 요양보호사들이 한시바삐 배출되어야 하며, 수업의 내용도 이론과 실습 간의 균형이 이루어지도록 제공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교육제공기관을 신속히 확정하고, 교육 커리큘럼도 전문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공되어야 한다.
셋째, 국가 및 지자체는 주ㆍ야간보호시설 인프라를 지속적으로 늘려나갈 대책을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기존 노인복지관과 사회복지관 시설을 적극 활용하고, 치매 전문인력을 활용하는 방안이 모색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치매관리법」에 근거한 치매예방사업과「노인장기요양보험법」 에 근거한 치매특별등급 운영이 상호 연계되어 추진될 수 있도록 규정들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 예컨대, 「치매관리법」 제6조제2항에서 규정한 치매환자의 치료ㆍ보호 및 관리, 치매에 관한 홍보ㆍ교육, 치매에 관한 조사ㆍ연구 및 개발, 치매관리에 필요한 전문인력의 육성 등이 노인장기요양제도의 치매특별등급 관련 인프라 확충과 통합적으로 수행되어져야 하고, 이를 위해 구체적인 내용이 두 법률에 명시되어야 할 것이다. (자료/국회입법조사처 이슈와 논점,｢이슈와 논점｣은 국회의원의 입법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최신 국내외 동향 및 현안에 대해 수시로 발간하는 정보 소식지)
한국사진방송=이성녕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