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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 초대전 ‘WhiteScape’ 사진갤러리 에이원
사진작가 김문수 개인전 WhiteScape
∎ 전 시 일 정 : 2017. 2. 8- 2. 28.
∎ 관 람 시 간 : 11:00 ~ 18:00. (매주 월, 휴관)
Photo Gallery A-One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관양로 131
070-4143-2100. 010-9011-7489
www.aonegallery.com
■ 전시서평
사색적이고 관조적인 여백의 설경
김석원 (중원대학교 연구교수/평론가)
“우리들의 예술은 흘러가는 시간의 전율을 표현해야 한다. 자연을 그의 영원의 모습으로 환원시켜야 한다. 자연의 이 모든 현상 뒤에는 무엇이 있을까? 아마도 모든 것이 담겨 있거나 아니면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 김화영, <행복의 충격> 중에서.
아이슬란드는 예전부터 ‘신이 세상을 창조하기 전에 연습한 곳’이라는 별칭으로 불릴 만큼 장엄하고 이색적인 풍경을 간직하고 있다. 작가는 일정 기간 아이슬란드에 체류하면서 주변의 풍경을 기록한 연작을 제작했다. 대도시의 풍경은 항상 차들이 막혀 있고, 거리는 지나가는 많은 사람 때문에 걷는 것도 힘들며, 도로는 자동차의 경적 소리로 소음이 가득한 풍경이라면 아이슬란드의 풍경은 인공적인 요소라고는 찾아보기 어려운 눈으로 뒤덮인 백색의 자연적인 풍경으로 가득하다. 인적이 끊어진 광대한 평원에서 작가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그는 바다와 경계를 마주한 하얀 산과 북유럽의 차가운 공기를 담은 하늘, 고요하고 침묵하는 풍경 등을 오랫동안 관찰하면서 그 풍경에서 초자연의 현상을 찾아 사진으로 기록한다. 눈이 내려 얼어붙은 백색 풍경에는 모든 것이 온전하게 보이지 않고, 부분적으로 생략되어 또 다른 형태를 만든다. 자연은 누구의 도움 없이 스스로 작품(형상)을 만들었고, 이를 작가는 예리한 시선으로 재확인하고, 재해석하며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다. 백색 풍경에는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풍경, 나무와 땅, 물과 하늘, 빛 등의 요소가 적절히 배치되어 그 덕분에 영원한 천상계로 이어질 듯하다.
김문수의 신작들은 정면에서 설경(雪景)을 원경, 중경, 근경 등으로 나누어서 초점을 조절하듯 시야를 넓게 혹은 좁게 바라본다. 이러한 태도는 무척 관조적이며, 정서적인 만족감과 보편적인 공감을 얻는다. 다른 특성으로 대상들의 형상이 부분적으로 생략되어 있어, 외적인 요소만을 바라보는 것에 익숙한 관객은 쉽게 사진을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김문수의 사진은 단순하게 눈앞에 보이는 이미지보다는 보는 사람들에게 어떤 감정을 불러일으키게 하고, 상상 속에서 또 다른 자극을 생성하게 하는 데에 있다는 것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작가는 기후로 인해 부분적으로 생략되고 흐려져 모호해진 형상을 통해 풍경의 경계와 그 사이에서 부재한 의미를 해석한다. 이로 인해 작가가 프레임 한 아이슬란드의 풍경은 우리를 비가시적인 심연 속으로 인도한다.
김문수의 유빙 사진에서 눈여겨볼 지점은 유빙이 바닷물의 유속에 따라서 점차 녹고 있는 것에 대한 시간성의 표현이다. 장시간 노출로 바닷물이 마치 안개처럼 피어나면서 기화되는 현상을 반복적으로 촬영하며 시각화했다. 유빙이 녹는 순간을 느린 시간의 흐름으로 장엄한 바다의 풍경을 담고, 여기에 느린 셔터 스피드로 기화 현상을 적절하게 만든다. 우리는 그의 시선이 멈추었던 곳에서 들리지는 않지만 광활한 바다의 파도 소리, 공중에서 바람이 가볍게 스치는 소리, 유빙이 녹는 소리의 공명을 감각적으로 느끼게 된다. 따라서 아이슬란드의 ‘지금 여기’에서 시각적으로 확인 가능한 구체적인 대상의 존재는 신기루를 보는 것처럼 흐릿하고 모호하게 부추겨진다. 이렇게 풍경과 대상과의 경계가 흐려지게 되는 것은 아이슬란드의 기후로 인해서다. 기화 현상은 현실 속에서 만난 사람들이 시간이 지나 또 다른 현실에 희석되어 희미한 기억으로 남게 되는 인간의 삶처럼 유사하게 닮아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사라지는 것은, 기화되는 것들은 아름답다.
작가는 ‘기화되는 것’들에 무한한 애정을 느끼는 것 같다. 그곳에 ‘유빙’은 있었다는 실체감도 있지만, 앞으로 사라져 볼 수 없다는 감정의 아쉬움도 남게 한다. 이렇게 작가의 사진 이미지를 바라보면서 그 대상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 예측할 수 있다. 이런 생각은 프로이트(Sigmund Freud)의 ‘사후작용(nachtraglichkeit)’으로 연결된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단순하게 사진이 여기 있다는 것이 아니라 다른 생각을 환기시키고, 우리가 바라보고 있는 고정된 생각을 사유를 통해 새롭게 전환 시킨다는 점이다. 비트겐슈타인(wittgenstein)은 이미지가 재탄생되는 이러한 순간을 '어떤 모습의 떠오름(dawning of an aspect)', 즉 이것을 저것으로 보는 새로운 방식이라고 묘사한다. 사진 이미지는 현실을 바라보고 꿈꾸는 방식을 변화시킨다. 사진 이미지는 우리의 기억과 상상력을 활성화 시키면서 새로운 기준을 세상에 드러낸다. 이번에 전시할 김문수의 신작들은 과거의 <대지의 꿈> 시리즈에서 광활한 대지를 농경을 위해 트랙터가 갈아 만들어 놓은 풍경을 항공 촬영하여 생성된 단순화, 평면화되는 작업의 미학을 발전시켰다. 이번 흑백사진 연작에서도 아이슬란드에서 느꼈던 감정과 생각들을 복잡한 구조나 설명 없이도 이해하기 쉽게 간결한 형태로 전달하고자 했다. 관객에게 많은 정보를 보여주기보다는 생략하며 백색의 여백을 즐긴다. 애써 설명하려 들지 않고 침묵하고 절제된 표현을 제시하고, 물질(matter)에 대한 서정적 시각은 작가의 정신세계를 대신한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점은 북유럽의 광활한 대자연을 마주하며 사색한 풍경들이 우리에게 복잡한 일상에서 벗어나 여백을 만들어 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 작가노트
꼭 한 번은 가고 싶었던
추운 이름을 가진 아이슬란드
빙산, 온천, 화산, 눈으로 덮인
용암으로 된 넓은 황무지...
고립의 땅. 얼음과 불길이 만들어낸
신비의 아이슬란드 자연.
첫 발을 내 딛는 순간
風, 水, 火, 雪, 氷
나를 반긴다.
그러나
바람은 말이 없다.
바람의 소리를 들어야 하는 것은
나의 몫이다.
물은 말이 없다.
물소리를 들어야하는 것은
나의 몫이다.
불은 말이 없다.
불의 소리를 들어야 하는 것은
나의 몫이다.
눈은 말이 없다.
눈의 소리를 들어야 하는 것은
나의 몫이다.
얼음은 말이 없다.
얼음의 소리를 들어야 하는 것은
나의 몫이다.
나의 몫으로
風, 水, 火, 雪, 氷
소리를 들었다.
이 소리는 靈魂이 되어
아이슬란드에 모두 존재한다.
이 존재와 더불어
있다는 것이
너무나 좋고 너무나 아쉬워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한다.
그리고
나는 자연에 귀의한다.
김문수 KIM Moonsoo
Sole Exhibition
2016 “WhiteScape" and "The Dream of the Earth" Gyeyang Art Galley
2016 "WhiteScape" Gallery jireh
2016 "The Dream of the Earth" Gallery illum
2015 "The Dream of the Earth" Mainly Photograph's Gallery Ryugaheon
2014 "The Spring of the Earth" A-One Photo Gallery
Group Exhibition
2016 "Tracks of Time" Gyeyang Art Gallery
2015 "Share one's Joy" Gyeyang Art Gallery
2015 "Out of America" Fover Gallery, ACROS Fukuoka, Japan
2015 “Pattern" Gallery Illum
2014 "One Photo" Gyeyang Art Galley
2014 "Dream" Gyeyang Art Galley
2013 "Free Photo" Gyeyang Art Galley
2012 "Gyeyang" Gyeyang Art Galllery
Photograph Collection
2015 "The Dream of the Ear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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